테슬라 팔고 로블록스 사고…'서학개미' 장바구니 열어보니

중앙일보

입력

최근 서학개미는 로블록스를 비롯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사진은 로블록스 아바타들. 연합뉴스

최근 서학개미는 로블록스를 비롯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사진은 로블록스 아바타들. 연합뉴스

사업가 최모(47)씨는 최근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플랫폼 기업인 미국 로블록스 주식에 2000만원을 투자했다. 최 씨는 “초등학생 딸이 매일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즐기고 친구를 만난다”며 “가상 세계의 삶이 현실로 다가오는 거 같아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의 투자 리스트가 바뀌고 있다. 로블록스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등은 사들인 반면 올해 상반기까지 인기를 끌었던 테슬라와 애플은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서학개미의 주식 쇼핑목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달 서학개미의 주식 쇼핑목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로블록스와 ETF 장바구니에 담고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22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은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었다. 이 기간 서학개미는 알파벳을 8211만 달러(약 932억원) 순매수했다. 알파벳 다음으로 돈이 몰린 기업은 로블록스(7222만 달러 순매수)다. 순매수 기준으로 투자 순위가 상반기 15위권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어 아마존(6746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6335만 달러), 페이스북(5875만 달러) 등 빅테크 기업이 상위권에 올랐다.

미국 지수를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서학개미의 관심이 컸다. 당분간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ETF(‘INVSC QQQS1’)에는 이달 4794만 달러가 몰려 순매수 순위 6위를 기록했다. 또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S&P) 500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뱅가드 S&P 500 ETF, SPDR S&P 500)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나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22일(현지시간) 기준 13.9% 올랐고, S&P 500지수도 같은 기간 16% 넘게 상승했다.

테슬라와 애플 인기는 시들  

상반기 서학개미의 자금이 몰렸던 테슬라와 애플은 하반기 이후 인기가 시들고 있다. 셔터스톡

상반기 서학개미의 자금이 몰렸던 테슬라와 애플은 하반기 이후 인기가 시들고 있다. 셔터스톡

이와 달리 상반기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던 테슬라는 하반기 서학개미의 쇼핑 목록에서 사라졌다. 국내 투자자는 연초 이후 6개월 연속 테슬라 주식을 순매수(17억1482만 달러)했지만 7월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테슬라를 사들인 규모(4억9990만 달러)보다 팔아치운 금액(5조3612만 달러)이 더 커진 것이다. 애플의 인기도 시들해지는 조짐이다. 국내 투자자는 이달 들어 애플을 1억6205만 달러 순매도했다.

투자 성적표는 어떨까. 상반기 테슬라와 애플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의 수익률은 신통치 않다. 올 초 주당 880달러를 넘어서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말 679달러까지 23% 하락했다. 애플 주가도 같은 기간 3.2% 오르는 데 그쳤다.

“단기간 고수익 좇다간 손실”  

전문가들은 서학개미가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식’의 베팅을 하는 바람에 수익률이 신통치 않다고 지적한다. 주가가 급등할 때 투자했다가 고점에 물린 사례가 많아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돈의 힘으로 주가가 단기간 급등한 (미국) 주식은 많았지만, 종목마다 투자 타이밍(적기)을 예측하긴 쉽지 않았다”며 “이 경우 개별 종목보다 여러 종목을 담아 투자하는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교육 컨설팅사인 웰스에듀의 조재영 부사장은 “단기간에 종목을 옮겨가며 고수익을 좇기보다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꾸준하게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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