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서도 화이자 백신 만든다…내년부터 연간 1억 회분 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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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내년부터 아프리카에서도 생산된다.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바이오백 위탁 생산 맡아 #아프리카 백신 접종률 1.5% 불과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약사 바이오백과 이 같은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들어서는 생산 시설이 완성되면 바이오백은 연간 1억 회분의 백신을 생산해 아프리카연합(AU) 55개 국가에 공급할 예정이다.

다만 기술 이전과 라이센스 계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면 생산량과 판매처를 결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가 유럽에서 제조한 백신 원료를 들어와 바이오백이 충전 및 포장(fill and finish) 과정을 거쳐 완제품을 생산하는 형식이다.

바이오백이 원액 제조가 아닌 생산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만 참여하는 계약이기 때문에 여전히 한계를 가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현재 백신 접종률을 고려하면 이번 협약은 백신 수급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체 13억 인구 중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비율이 1.5%에 불과한 상황이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바이오백과 화이자의 협약은 세계적인 백신 불평등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 노력의 돌파구"라며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보호는 인류 전체 보호에 필요하고 중대한 공헌"이라며 환영했다.

WSJ은 화이자가 전 세계적인 백신 공급 불균형 타개를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인도와 남아공은 지난 5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코로나19 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 조항을 최소 3년간 면제하자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또한 지난달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백신 관련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WHO도 지난달 22일 남아공에 코로나19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 이전을 위한 거점 설립을 논의 중이며 화이자와 모더나의 참여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불평등 퇴치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추진되었으나, 주요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별다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체 생산을 통해 백신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체 생산에 필요한 역량과 자금력은 물론 전반적인 보건 시스템까지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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