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도 '델타'가 지배…"낮은 접종률, 높은 전파력 만나 '재앙으로 가는 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미국 미주리주에서 한 간호사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미국 미주리주에서 한 간호사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전 세계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지배적인 바이러스 변종이 됐다.

CDC "확진자 51.7% 델타 감염" 추산 #전파력 2배, 새로운 대유행 단계 위협 #백신 접종률 낮은 곳 델타 감염 급증 #"델타는 백신 미접종자 위한 유행병"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3일까지 2주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가운데 델타 변이 감염이 51.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3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돼 세계로 퍼져나간 델타 변이가 3개월여 만에 미국에서 지배종이 된 것이다.

CDC는 2주 간격으로 변이 바이러스 비율을 발표한다. 6월 19일까지 2주간 델타 변이 비중은 30.4%였는데, 2주 새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알파 변이는 44.2%에서 28.7%로 줄었다.

델타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두 배로 강한 전염력을 무기로 세계를 휩쓸고 있다. NYT는 최근 팟캐스트 '더 데일리’에서 “델타 변이가 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대유행 단계에 올려놓겠다며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칼 지머 NYT 과학 칼럼니스트는 “알파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50% 더 높다고 알려졌는데, 델타는 알파보다 50% 더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발견된 변이 가운데 가장 빠른 전파력을 보이며 96개국에 퍼졌다.

미 보건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확산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의 대유행(pandemic for the unvaccinated)”이라고 부른다. 대체로 백신 접종률이 낮은 곳에서 델타 변이 감염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지머 칼럼니스트는 낮은 백신 접종률이 전파력 높은 델타 변이와 만나 “재앙으로 가는 길(recipe for disaster)”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화이자·모더나·얀센 등 미국에서 사용 중인 백신은 델타 변이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델타 변이가 백신을 안 맞은 지역을 세게 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가 확산 중인 나라의 공통점은 백신 접종률이 낮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일 호주 시드니의 승차 검사소에서 보건 인력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6일 호주 시드니의 승차 검사소에서 보건 인력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호주,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을 꼽았다. 호주는 백신 접종률이 7.7%에 그치는데, 델타 변이 확산으로 다시 봉쇄(lock down)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백신 1회 접종자가 인구의 15%에 불과하다.

지머 칼럼니스트는 “호주는 검사와 추적 조사, 이동 제한 등 엄격한 대응을 통해 코로나19를 통제해 백신 접종을 천천히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바이러스가 그 벽을 넘자 백신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발병 이후 가장 많은 1275명이 확진된 상황도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한국 백신 접종률은 10.6%다. (아워 월드 인 데이타 7월 7일)

백신 접종률이 9%에 그치는 말레이시아는 최근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 자택 대기명령을 내렸다. 접종률 2.6%인 방글라데시는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군인들을 거리에 배치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접종 완료자는 전체 인구의 절반(48%)을 넘지 않는다. 지역 편차가 커 미주리(39.4%), 아칸소(34.6%) 등 농촌 지역은 접종률이 30%대지만 뉴욕(54.8%)·캘리포니아(50.5%) 등은 평균보다 높다.

델타 변이 비중이 높은 주는 대체로 백신 접종률이 낮다. 미주리주는 확진자의 96%, 아칸소주는 88%가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피해도 백신 미접종자에게 돌아간다. 앤서니 파우치 백악관 최고 의료 고문은 지난 4일 NBC방송에 출연해 "6월 코로나19 사망자의 99% 이상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이었다"면서 백신 접종으로 충분히 피하고 예방할 수 있는 죽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소. [AFP=연합뉴스]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소. [AFP=연합뉴스]

파우치 고문은 또 백신 접종률이 낮고 바이러스가 확산 중인 지역에서는 예외적으로 백신 접종 완료자도 마스크를 쓰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CDC가 백신 접종자는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한 것과 다른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은 모두 델타 변이를 예방하므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은 당장 맞으라고 권유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매일 "백신 접종은 애국적 행동"이라며 독려하고 있다.

영국 연구진은 지난 5월 화이자 백신이 유증상 델타 변이 감염을 막는 데 88%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6월 스코틀랜드팀 연구는 79%, 7월 캐나다팀은 87% 예방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기존 96%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충분히 감염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이스라엘 연구팀 연구 결과는 64%로 낮았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확산을 막는 방법으로 두 가지, 백신 접종과 사회적 거리 두기 뿐이라고 말한다. 백신이 부족한 나라들은 일상 정상화를 취소하고 통제 조치를 연장했다.

미국은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기점으로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델타 변이 확산의 기폭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백신 접종 권고를 지금보다 더욱 강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이나 학교, 병원 등은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 강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