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지적장애 남성의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 남성의 친형을 체포해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피의자가 최근 다량의 수면제를 구한 사실도 확인했다.
7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정밀 부검 결과 A씨(38)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친형 B씨(40대)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지인으로부터 다량의 수면제를 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동생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동생 집 안온다"신고…경찰, 범죄가능성 의심
사건은 지난달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B씨는 오전 2시 50분쯤 경찰에 "지적장애 2급인 동생이 영화관에 간다며 전날 오후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뒤 귀가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신고를 했다. 당초 경찰은 단순 실종으로 보고 A씨의 행적을 추적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B씨의 신고 내용과 어긋나는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B씨가 "동생과 연락이 끊겼다"고 한 시간에 A씨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에 찍혔는가 하면, A씨의 자전거도 B씨가 주장한 목적지와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가능성을 의심하고 지난달 29일 오후 B씨를 긴급체포했다. 같은 날 A씨가 강동대교 북단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은 장애인복지법(유기) 혐의를 적용해 B씨를 구속했다.
4년 전 부모 하루 간격 사망…40억 유산 남겨
경찰은 4년 전 형제의 부모가 하루 간격으로 숨진 정황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는 형제에게 40억원가량의 유산을 남겼다고 한다. 삼촌은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의 법정 대리인이 된 뒤 위임을 받아 최근 B씨를 상대로 재산 분할 소송을 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 범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친형을 조사하고 있다"며 "하루 이틀 내로 혐의 확정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