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안 괜찮아, 도와줘"…극단선택 고교생의 못 전한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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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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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괜찮은척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아마도 나 안 괜찮아, 도와줘."

최근 강원 양구군의 한 고교 기숙사 건물에서 극단선택을 한 A군이 이 같은 편지를 남겼던 사실이 유족들에 의해 2일 공개됐다. A군의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은 이 '부치지 못한 편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A군의 부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건 발생 2주 전) A군이 자해한 것을 학교선배가 발견해 선생님에게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극단적 선택을 막을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유족에 따르면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고교에 진학한 A군은 지난달 초 오해로 인해 친구사이가 틀어지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악소문까지 더해지며, 더 고립됐고 주변에 '죽고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2주 전 자해시도…학교생활 고충 토로"

A군 부모는 "교사나 기숙사관리자가 아이와 상담을 하고 부모에게 통지를 해줬어야 했는데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며, 사건 당일에는 A군이 어머니와 연락하려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압수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부모에게 보낸 긴 메시지를 보내 '성적보다 학교생활이 더 힘들었다'며 그간의 심리적 고충을 토로했다고 밝혔다.

A군의 부모는 "올해만 이 학교에서 자해한 아이가 여러 명"이라며 "다시는 우리 아이처럼 목숨을 잃는 아이가 나오면 안 된다. 사건이 일어나면 덮으려고만 하는 문화를 고쳐야 한다"고 했다.

A군 부모 "학교폭력 조사해달라"

한편 A군의 부모는 아들의 사망 원인을 규명해달라며, 지난달 30일 학교 측에 학교폭력(학폭)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접수했다. 학교 측은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학폭 관련 규정에 따르면 사건 당사자가 부재하더라도 학폭사안 접수는 가능하다. 학교 내에서 조사를 마치지 못한다면 이는 해당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신고가 이뤄진 만큼 면밀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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