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에서 어학원으로, 6일만에 213명 눈덩이 감염 이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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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마포구 주점에서 시작돼 경기도 내 6곳의 어학원으로 퍼진 코로나19 집단감염에서 전파력이 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9건 확인됐다. 해당 집단에서는 첫 확진자가 확인된 지난 24일 이후 일주일도 안 돼 관련 환자가 누적 213명으로 불었는데, 델타 변이가 이런 증가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들이 추가로 다녀간 방문지에서도 감염자가 더 나올 수 있어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30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최근 마포 주점·경기 영어학원발 집단감염에서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례를 9건 확인했다고 밝혔다.

29일 오후 서울 홍대거리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9일 오후 서울 홍대거리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기 지역에 있는 영어학원 관련된 집단발생 사례에서 델타 변이가 확인됐다”며 “마포구 주점도 역학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에 델타 변이의 영향이 있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앞서 경기도(성남·부천·고양·의정부·인천) 영어학원 6곳에서 근무하는 원어민 강사 6명이 확진된 뒤 역학조사 하던 중 이들이 지난 19일 서울 홍대 근처의 한 주점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당일 같은 곳을 방문한 이들이 다수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점을 추가로 확인한 데 따라 마포구 주점에 공통 감염원이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연쇄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주점은 '라밤바'란 곳인데 일반 음식점이지만 펍(주점) 형태로 운영됐다고 한다. 실내에서의 음주, 음식 섭취, 대화 등이 감염 확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변이 중 전파력이 가장 높다는 델타 변이가 감염 규모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24일 성남 학원에서 25명이 무더기로 확진된 이후 25일 34명, 26일 75명, 27일 100명, 28일 124명, 29일 162명, 30일 213명 등으로 확진자가 계속 늘었다. 누적 환자를 분류해보면 마포구 주점에서 45명이 나왔고, 학원1(성남) 관련 66명, 학원2(부천) 관련 27명, 학원3(고양) 관련 34명, 학원4(의정부) 관련 29명, 학원5(의정부) 관련 6명, 학원6(인천) 관련 6명 등이다.

집단 내 정확한 델타 감염자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박영준 팀장은 “집단발생이 있으면 무작위로 샘플을 추출해 변이 분석을 한다. 전체 중 변이가 얼마나 차지하는지에 대해선 정량화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일부를 분석해 9명의 감염자를 확인했고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팀장은 “집단에서 변이가 확인되면 역학적 관련이 있는 다른 사례도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확진자들은 전부 변이 바이러스 (감염)에 준해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는 앞으로 더 늘 수 있다. 당국 조사에서 마포구 주점을 이용했던 확진자들은 그 시기 인근 다른 음식점 7곳을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명단이 수기로 작성된 곳이 있어 출입자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당국은 전날(29일) 총 8곳(라밤바, 젠바, 도깨비클럽, FF클럽, 어썸, 서울펍, 코너펍, 마콘도bar) 방문자의 진단 검사를 권고하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다.

박영준 팀장은 “수기로 명단이 작성된 경우 글씨 식별 등의 어려움이 있는 거로 보인다. 지자체 조사에 따르면 (명단이) 불완전하다고 판단된 경우가 있다”며 “확진자들이 방문한 시설로 확인되거나 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 곳에 선제적으로 검사를 안내했다”라고 설명했다.

24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뉴스1

24일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뉴스1

당국은 최근의 수도권 확산세에도 델타 변이가 영향을 줬을 거로 분석했다. 박영준 팀장은 “델타 변이가 감염력을 올린다고 확인됐고 실질적으로 전파력을 올리는지에 대해선 면역수준, 접종력, 방역수칙, 노출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수도권 (환자) 증가에 델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 입국자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도 델타 변이 감염자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28일 기준 델타형 변이 확진자수는 총 168명으로 유전자 분석을 돌려 확정된 건이 72건, 역학적으로 관련된 사례가 96건이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델타 변이 관련 집단감염도 6건 확인됐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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