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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스마트 토일렛, 정밀 의료·건강관리에 가장 부합한 기술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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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원대연 서울송도병원 골반저센터장

원대연 서울송도병원 골반저센터장

 2005년 개봉한 영화 아일랜드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이완 맥그리거가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자 소변 중 나트륨 농도가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고, 이는 바로 아침 식단에 반영돼 베이컨 대신 저염식이 제공된다. 현재 전 세계 의공학계 초미의 관심사인 ‘디지털 헬스케어’의 이상향이다. 불과 16년이 지난 현재 영화 속 모습은 현실이 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과 미국 스탠퍼드대(박승민 수석 연구원) 공동연구 결과인 ‘스마트 토일렛(smart toilet)’을 통해서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권위의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의공학’(2017)에 이어 지난 5월 ‘네이처 리뷰 소화기내과학·간장학’에서 집중 조명됐다. 세계 의공학계의 초미 관심사인 일상의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표본으로 주목한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원대연(대장항문외과) 서울송도병원 골반저센터장을 만나 스마트 토일렛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 - 원대연 서울송도병원 골반저센터장

스마트 토일렛은 어떤 개념인가. 
“그동안 개인의 배변·배뇨의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툴이 없었다. 스마트 토일렛은 이런 생활밀착형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설사·변비·변실금 등 배변장애서부터 대장암, 염증성 장 질환 등의 조기 진단 및 예측, 소변 속도·빈도·부피 측정, 증상 조절 여부 체크 등 배변·배뇨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건강관리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대부분을 실현해 준다.”
네이처에서 주목한 것은 무엇인가. 
“2017년엔 우리가 제시한 스마트 토일렛 모델이 배변조영술·대장통과시간검사 등 병원에서나 가능했던 검사 결과와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면, 이번엔 디지털 헬스케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롤모델로 스마트 토일렛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메이요클리닉에서도 스마트 토일렛을 인용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기존 스마트 기기보다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던데. 
“대장 질환이나 배변·배뇨장애 분야에는 기능성 질환이 많다. 검사 결과에는 이상이 없는데 환자의 삶의 질은 너무 떨어지는 것이다. 발톱 밑 가시와 같다. 병원에는 이미 다양한 솔루션이 있지만 오히려 진단이 힘들어 환자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못할 때가 있다. 환자나 의사나 답답함이 있었다. 검사 결과로 명쾌하게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배변 습관, 증상 등을 환자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기억에서 나온 데이터는 정량화되지 않고 객관적이지 않아 30분간 진료해도 명쾌한 진단을 내리지 못할 때가 있다. 이들 기능성 질환은 이미 열쇠는 많은데 자물쇠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할까. 스마트 토일렛은 자물쇠와 열쇠를 연결해 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본다.”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게 될까. 
“배변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알람·어드바이스 등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줄 수도 있고, 이들 데이터를 네트워킹으로 병원에 제공해 의료진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병원에서 가능한 검사와 스마트 토일렛을 통한 검사 결과를 조합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앞으로 계획은. 
“스마트 토일렛은 병원 내에 적용 가능한 모델과 가정에서 적용 가능한 모델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 시티, 스마트 병원에 참여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우리나라보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국에서 관심이 좀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기술을 미국에 잘 정착시키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아까 말한 것처럼 기존 병원 검사와 같이 호환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결국에는 뚜껑을 열어놓고 보면 스마트 토일렛은 정밀 의료에 가장 부합한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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