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이 비해 성숙해”…이 칭찬 함부로 하면 안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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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참 나이에 비해 성숙해."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어린아이를 보면 이런 칭찬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달아 나온다. 왜 그럴까.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 등은 자신의 나이보다 너무 성숙하게 행동하는 아이는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아이의 행동 선택에 외부의 압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어린 아이가 나이에 비해 현실적인 걱정이 많고 너무 성숙할 경우 과도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AP=연합뉴스]

어린 아이가 나이에 비해 현실적인 걱정이 많고 너무 성숙할 경우 과도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AP=연합뉴스]

호주의 심리학자 브리오니 레오는 "물론 높은 수준의 성숙함은 성격 특성이나 출생 순서(맏이 등)에 기인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아이가 '과도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지나치게 현실적인 걱정을 많이 하거나 과도하게 책임 의식을 갖고 있다면 높은 수준의 성숙함은 오히려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이가 이처럼 과도한 책임 의식을 갖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레오는 아마도 부모가 책임감 있게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아이가 책임 의식이 높아져 일종의 '부모화(Parentification)'가 된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심리학에서 부모화란 아이가 오히려 부모처럼 행동하도록 강요받는 역할이 뒤바뀐 상황을 의미한다.

레오는 이처럼 '부모화'된 아이들은 청소년기와 성인이 된 후 정신 건강, 대인 관계와 나아가 직장 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높고, 타인에게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 어려워하며 이용당하거나 이용당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한다. 또 직장에서도 업무적으로 너무 많은 책임을 지고 힘겨워 하게 될 수 있다. 그러다 뒤늦게 '돌봄 역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면서 극도로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한 아이는 청소년기와 성인이 된 후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AFP=연합뉴스]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한 아이는 청소년기와 성인이 된 후 정신 건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AFP=연합뉴스]

캐나다의 정신 건강 전문가 자키 데레니오프스키도 최근 이 주제를 설명하는 틱톡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부모화'가 된 아이들은 '돌봄 역할'을 하느라 어린 시절 해야 할 경험을 놓치는 경향이 있고, 청소년기와 청년기의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경험할 기회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아이가 아이다운 행동을 하면 칭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화'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자녀와 충분히 대화할 것을 주문한다.

레오는 "자녀가 자신의 걱정거리,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안전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하굣길 차 안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 시간을 활용해 대화를 나누라"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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