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中·日보다 국내투자는 적고…해외투자는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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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했다. 중국 다롄에 낸드 생산 팹이 있다. [연합뉴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했다. 중국 다롄에 낸드 생산 팹이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최근 10년간 중국과 일본보다 국내설비투자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직접투자(FDI)는 3개국 중 가장 활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동북아시아 3개국의 2011~2020년 국내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2.5%로 중국(4.3%)과 일본(3.9%)보다 부진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해외직접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한국이 7.1%로 중국(6.6%)과 일본(5.2%)을 능가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은 헬스케어와 전자상거래 등 신성장 분야에서 국내설비투자가 늘어났고, 일본은 기업 감세 정책과 같은 적극적인 산업 육성책으로 민간 투자가 활발했다”며 “반면 한국은 반도체 외에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가 저조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무역 분쟁과 기업의 투자 여력 축소 등으로 국내설비투자 증가율이 감소함에 따라 민간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2018년(-0.8%포인트), 2019년(-1.4%포인트)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반도체 분야의 적극적 투자로 국내설비투자가 증가해 경제성장 기여도는 플러스(0.6%포인트)로 전환됐다.

한·중·일의 국내설비투자·해외직접투자의 연평균 증가율. [자료 전경련]

한·중·일의 국내설비투자·해외직접투자의 연평균 증가율. [자료 전경련]

그렇지만 지난 10년간 국내설비투자의 24% 비중을 차지한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곤 자동차·철강·조선 등 전통 제조업의 투자 감소로 2017년부터 전반적으로 역성장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국내설비투자 중 반도체 비중은 2011년 23%에서 지난해 45%로 급증했다. 일본의 국내설비투자 중 가장 비중이 큰 기계 산업 부문이 지난해 21%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 지나치게 편중됐다.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증가율이 중국과 일본보다 높은 것은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플래시 사업부 인수(약 10조원)처럼 한국 기업의 대형 인수합병(M&A)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7년부터 무분별한 해외 M&A 제한 정책으로, 일본은 동남아시아(ASEAN) 지역의 투자 급감으로 각각 해외직접투자 대신 국내로 눈을 돌렸다.

김봉만 실장은 “한국 기업이 국내에선 인허가·환경 규제와 함께 노동 비용 증가로 설비투자를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기업의 신성장 분야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풀어 국내설비투자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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