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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대기업 집중도 선진국보다 낮아…규제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4대 그룹 로고. [사진 각사]

한국의 4대 그룹 로고. [사진 각사]

한국의 대기업 경제력 집중도가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일 주요 7개 선진국(G7) 중 국부 데이터(국민순자산)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영·독·불·이 등 4개국과 한국을 대상으로 자산 상위 100대 기업의 경제력 집중도를 조사해 발표했다.

한국의 국민순자산 대비 상위 100대 기업의 자산 총액 비중은 18%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영국(45%)에 비해 크게 낮았다. 영국에 이어 독일(28%), 프랑스(23%), 이탈리아(20%) 순으로 경제력 집중도가 높았다. 한국은 10년 전(20%)보다 국부 대비 100대 기업의 자산 비중이 2%포인트 하락해 비교 대상국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하락했지만 감소 폭이 작았고, 영국과 독일은 오히려 각각 11%포인트, 1%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의 대기업 자산 비중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체 기업의 자산 총액에서 100대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48%에서 2019년 32%로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전체 기업 수 대비 대기업 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0.08%를 기록해 OECD 국가 중 관련 수치가 나오는 34개국 중 33위를 기록했다. 대기업 비중이 가장 높은 스위스(0.83%)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국보다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리투아니아(20위), 폴란드(21위), 터키(26위)보다 낮다.

한국과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의 국부 대비 100대 기업 자산 비중(%). [자료 전경련]

한국과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의 국부 대비 100대 기업 자산 비중(%). [자료 전경련]

전경련은 현재 한국의 대기업이 과도한 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5월 1일 기준으로 지정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은 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신문법 등에 의해 141개의 규제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10조원 이상)은 188개의 규제를 일반 기업에 비해 추가로 적용받고 있다. 과거 선진국에도 한국과 유사한 대기업 규제가 있었으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독점금지법을 개정해 관련 규제를 대부분 폐지했다. 일본의 경우 1997년에는 지주회사 보유를 전면 허용했고, 2002년에는 출자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금융회사의 사업회사 주식보유제한을 완화했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한국은 경쟁국보다 대기업 경제력 집중이 높지 않고, 대기업 수 자체도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경제력 집중 억제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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