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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인권 동시에 다룬다는 美...北 '우리식 인권'과 충돌하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북한 문제 대응에서 북핵과 함께 인권 문제를 주요한 축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미 간 핵문제뿐 아니라 인권 분야에서도 언제든 갈등이 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국무부 "북핵·인권 제대로 다룰 것...두 사안 간 절충 없다" #'우리식 인권' 강조해온 북한..."내정 간섭" 외치며 강한 반발 #바이든 행정부 들어 북핵 외 인권 분야에도 갈등 불씨 우려

미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에서 북한의 종교 탄압에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이 연례적으로 발표하는 보고서로, 북한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째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됐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한 보고서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내 인권 유린이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본)2014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COI) 보고서 발간 이후에도 북한의 상황은 개선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 중 북한 관련 부분 캡쳐 [미 국무부 홈페이지]

미 국무부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 중 북한 관련 부분 캡쳐 [미 국무부 홈페이지]

대니얼 네이들 미 국무부 국제종교자유국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북핵과 인권 문제를 제대로 다룰 것"이며 "두 이슈 간 거래나 절충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는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대니얼 네이들 국무부 국제종교자유국장 [AP, 연합뉴스]

대니얼 네이들 국무부 국제종교자유국장 [AP, 연합뉴스]

'거래나 절충은 없다'는 말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외교 협상 등에서 진전이 있다고 해서 인권 문제를 눈감아주진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처럼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인권 문제를 후순위로 돌리진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G7 외교·개발장관회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동성명 중 북한 인권 등 관련 부분. [G7 외교·개발장관회의 홈페이지 캡쳐]

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G7 외교·개발장관회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동성명 중 북한 인권 등 관련 부분. [G7 외교·개발장관회의 홈페이지 캡쳐]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 중심의 '가치 외교'에서 북한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이런 접근법이 북한이 주장하는 고유한 인권관인 '우리식 인권'과 충돌을 일으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미국의 인권 지적이 내정 간섭이자 체제 전복 시도라며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2일 담화에서 미국의 대북 인권 지적을 겨냥해 "최고존엄 모독"으로 규정하며 "전면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로 상응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런 식의 반발은 인권을 보편적 권리로 생각하는 대신 '국권'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인식에 기반한다. "인권이 곧 국권"이기 때문에 인권 지적을 곧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북한은 국제 무대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되는 것 자체를 '낙인 찍어 망신주기(naming and shaming)' 차원으로 해석한다.

이와 함께 북한은 "우리 인민 대중이 만족하는 기준이 곧 올바른 인권 기준이다"라고 주장하는 '우리식 인권'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은 미국식 인권, 서방식 인권을 배격하면서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를 지켜가는 게 곧 우리식 인권이자 인권을 보장하는 최고의 방식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리설주 여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기념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리설주 여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기념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인권은 상대적인 게 아니라 절대적인, 보편적 가치의 문제라는 국제적 인식의 반대쪽 끝에 서 있는 셈이다. 실제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시작될 경우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핵 협상의 걸림돌이 될 정도로 부각하진 않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대화 시작도 전에 인권 문제로 양국 관계가 어그러질 경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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