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투신 후 신고했더니 "말 잘 하네"…法 "배상 책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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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모습. 뉴스1

한강에 투신한 뒤 119에 구조 요청을 했지만 끝내 숨진 여성의 유족이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 이원석)는 숨진 A씨의 유족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2억6800만여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한강의 한 대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투신했다. 그러나 A씨는 정신을 잃지 않았고, 수영하면서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해 구조를 요청했다.

서울시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접수요원은 신고를 받고 1분12초 뒤 출동지령을 내렸다. 이에 구조대와 소방서 등이 종합상황실 관제요원과 교신하며 현장으로 출동했다.

구조대 등은 약 11분간 사고 현장을 수색했지만 A씨를 찾지 못했고, A씨는 마포구 소재 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 사인은 익사로 판정됐다.

조사결과 당시 A씨 신고를 받은 접수요원은 A씨에게 “뛰어내렸는데 말을 잘할 수 있나”라거나 “뛰어내린 것인가, 뛰어내릴 것인가”라는 등 신고를 의심하는 듯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유족은 종합상황실이 신고를 장난 전화로 의심해서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서울시 등 구조당국의 구호 조치가 소홀했던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종합상황실 접수요원이 신고 진위를 의심하는 듯 통화한 점, 구조 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려 노력하지 않은 점, 현장지휘관이 수색 범위를 넓히지 않고, 11분 만에 수색을 종료한 점 등을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공무원들의 법령 위반 행위와 A씨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투신 후 5분여가 지나 119에 신고했고, 물의 속도를 고려하면 A씨 스스로도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는 등 위치추적 유효 반경이 넓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수난구조대가 A씨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서 구조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아울러 의과대학 법의학연구소 사실조회 결과를 토대로 A씨가 신고 후 5분여가 지난 시점에 이미 의식을 잃고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종합해서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의 법령 위반 행위가 없었다면, A씨가 생존했을 거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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