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혜숙, 제자 논문과 유사 논문으로 정부 지원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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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이화여대 교수 재직 시절 제자의 석사학위논문과 유사한 내용의 논문을 이듬해 학술지에 제출하며 제2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임 후보자는 해당 논문을 게재할 당시 정부로부터 지원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26일 중앙일보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이 확인한 논문에 따르면 임 후보자는 이대 정보통신학과 부교수 시절이던 2007년 9월 '길이에 대한 2차원 이진검색을 통한 패킷분류 구조'라는 제목의 논문을 학술지(한국통신학회)에 게재했다. 당시 임 후보자는 제2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보다 9개월 전인 2006년 12월, 임 후보자가 지도교수를 맡아 심사했던 한 석사학위논문이 해당 학술지 논문과 흡사한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해당 학위논문을 제출한 학생은 임 후보자가 이듬해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A씨였다.

'패킷 분류를 위한 룰 우선순위를 고려한 길이에 대한 2차원 이진검색'이란 제목의 해당 학위논문에선 9개월 뒤 임 후보자가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과 거의 유사한 내용을 다룬 것으로 추정된다고 김 의원실은 분석했다. 특히 결론 부분에선 한두 문장을 제외하고 두 논문이 거의 같은 문장을 사용했다. “인터넷에서의 품질보장 요구가 많아짐에 따라 라우터에서 패킷 분류 기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도입 문장부터 “(전략)검색을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하였다”는 문장까지 연속 4문장은 아예 기술이었다.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가 부교수 시절이던 2006년 12월 자신이 심사했던 제자의 학위논문(왼쪽)과 유사한 내용의 논문(오른쪽)을 이듬해 9월 학술지에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논문의 결론부에는 연속적으로 같은 문장이 나왔다. 논문 캡처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가 부교수 시절이던 2006년 12월 자신이 심사했던 제자의 학위논문(왼쪽)과 유사한 내용의 논문(오른쪽)을 이듬해 9월 학술지에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논문의 결론부에는 연속적으로 같은 문장이 나왔다. 논문 캡처

국민의힘에선 “임 후보자가 제자의 학위논문을 표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임 후보자가 자신이 심사했던 제자의 학위논문 내용을 요약한 수준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면서 명확한 출처 표시도 하지 않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임 후보자는 학술지에 해당 논문을 게재하면서 당시 정보통신부(MIC) 산하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고 썼다. 정부로부터 자금 등 지원을 받아 쓰는 논문은 기존 연구내용과 중복되면 안 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김영식 의원은 “(제자와 유사한 내용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면서 자금 지원까지 받는 등)실제 연구부정이 확인된다면 과학기술계에서 가장 중대한 흠결이 될 수 있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임 후보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논문 등 제기된 의혹)관련 내용은 제가 답변하기 어렵다. 양해해달라”며 “자세한 내용은 준비단을 통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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