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가정에서 남성이 실패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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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호 21면

살림 비용

살림 비용

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플레이타임

영국 소설가인 저자는 이혼 후 두 딸을 오롯이 키우며 살림을 도맡는다. 하지만 살림은 집안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생은 실전’이라는 격언을 매일 느끼며 생존을 위해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낡은 아파트의 관을 혼자 수리할 때, 쏟아지는 비를 뚫고 아이들 저녁거리를 사 올 때, 적은 생활비 탓에 글 작업 공간을 가지지 못할 때 등 모든 순간이 그야말로 고군분투기다.

하지만 책은 ‘돌싱맘’의 생계유지에 대한 하소연에서 머물지 않는다. ‘왜 우리(여성)가 이토록 우리 자신을 잃게 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저자는 그 답을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가부장제에서 찾는다. “남자가 성공적인 사람으로 간주하는 이유가 여자를 (가정에서, 일터에서, 침실에서) 진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면, 사회는 이런 측면에서 실패하는 것을 위업으로 여겨야 마땅하다.” 언제까지 우리(여성)는 ‘나’ 대신 아내로서, 엄마로서 늘 타인의 시선을 ‘받아야’하는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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