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만 남긴 '코로나 기원' 보고서…韓·美 등 “자료 접근 제대로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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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코로나19 기원 조사 보고서에 대해 각국에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중국 당국의 비협조 등에 조사가 지연됐고, 그나마 원자료와 샘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지난 2월 2일 중국 우한 동물질병센터를 방문한 WHO 조사팀. [AFP=연합뉴스]

지난 2월 2일 중국 우한 동물질병센터를 방문한 WHO 조사팀. [AFP=연합뉴스]

WHO 조사팀이 발표한 120쪽 분량의 보고서엔 ▶박쥐에서 인간으로의 직접 전파 ▶박쥐와 인간 사이의 숙주로 인한 전파 ▶현지에 수입된 냉동식품에 의한 전파 ▶실험실에서의 유출 가능성 등 코로나19 바이러스의 4가지 감염 시나리오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조사팀은 바이러스가 중간 동물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가설에 대해 “가능성이 매우 높다(likely to very likely)”고 밝혔다. 또 논란이 됐던 실험실 유출설에는 “극히 가능성이 작다(extremely unlikely)”고 일축했다. 외부에 코로나19 발원지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수 있다(possible)”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국제 전문가 17명과 중국 측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중국 우한(武漢) 현지를 찾아 지난 1월 14일부터 2월 10일까지 28일간 벌인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최초 발원지였던 우한 화난수산물시장. 철문으로 막힌 틈 사이로 문 닫은 가게들의 황량한 모습이 보인다. 박성훈 특파원

코로나19 바이러스 최초 발원지였던 우한 화난수산물시장. 철문으로 막힌 틈 사이로 문 닫은 가게들의 황량한 모습이 보인다. 박성훈 특파원

하지만 당초 예고보다 한 달 이상 늦게 공개된 보고서가 뚜렷한 결론을 제시하지 못하자 회원국들은 잇따라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날 한국을 포함한 미국,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14개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 전문가의 연구가 상당히 지연되고 완전한 원자료와 샘플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는 점에 대해 공통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조사 결과가) 우리가 6~9개월 전에 알았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려주지 못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과 국제사회, 의료 전문가가 등이 더 나은 정보를 얻고 더 큰 투명성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WHO 조사단원이 지난 2월 28일 우한의 격리 호텔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WHO 조사단원이 지난 2월 28일 우한의 격리 호텔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중국 정부는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기원 조사에 참여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보여준 과학, 근면, 전문성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는 일은 전 세계적인 임무로 더 많은 나라와 지역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아닌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것이란 기존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는 중국이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WHO에 협조했다면서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행위는 협력을 방해하고 방역 노력을 파괴해 더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향후 연구에서는 더욱 적절하고 포괄적인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추가 조사 계획을 밝혔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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