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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맞고 이상반응, 코로나백신 맞을까..."당일 상태에 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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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접종하면 열이 심하게 난다고 하는데, 혈압이 많이 오르는 것 아닌가요?”

만75세 이상 백신 접종 앞두고 전문가 대국민 브리핑

2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질문이 나왔다. 대구 사는 64세 김모씨가 물어본 내용이라고 질병청은 소개했다.

“부정맥·심부전증 등 특정 만성질환 금기 아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 및 만 75세 이상 백신접종 초청 전문가 설명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 및 만 75세 이상 백신접종 초청 전문가 설명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김씨 질의에 “열이 나타나면 사람에 따라 맥박이나 혈압이 좀 올라가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평상시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고 혈압이 어느 정도 조절되고 있다면 혈압이 많이 올라가 문제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답변했다. 최 교수는 “연세가 있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발열 같은 이상반응을 경험할 가능성이 훨씬 낮아진다”며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브리핑은 여느 때와 달리 곧 코로나19 백신을 맞게 될 고령층으로부터 사전에 받은 19가지 질문에 전문가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내달 1일부터 75세 이상(1946.12.31 이전 출생)에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되면서 관련 우려가 커지자 질병청이 감염병 전문가를 초청해 궁금한 사항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독감 백신을 맞고 119에 실려 간 적이 있는데, 코로나 백신을 맞아도 되냐’는 서울 84세 김모씨 질의에도 상황에 따라선 큰 문제 없이 접종할 수 있다는 답이 나왔다.

최원석 교수는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의료진과 먼저 상담하고, 접종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며 “아나필락시스(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였더라도 어떤 성분에 그랬는지 명확하게 확인돼 있다면 접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독감 백신에는 계란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이 때문에 아나필락시스가 있던 경우라 한다면 코로나 백신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접종해도 큰 문제가 없을 거란 얘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 및 만 75세 이상 백신접종 초청 전문가 설명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9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 및 만 75세 이상 백신접종 초청 전문가 설명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최 교수는 “백신을 구성하는 성분 일부는 코로나 백신과 겹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금기라고 할 수 없지만, 주의에는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주의에 해당할 경우라도 득실을 따져 득이 명확하게 실보다 많다고 판단되면 접종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또 “발열이나 근육통 혹은 다른 원인으로 병원을 방문한 사례라면 금기나 주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당일 몸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접종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령층 접종을 앞두고 당사자도, 보호자도 가장 불안해하는 부분인 만성질환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이 일관되게 강조해왔듯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 같은 단순 만성질환을 가진 분들과 건강한 어르신은 접종의 이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며 “만성심장질환이나 만성폐질환을 가진 분들도 접종이 훨씬 이익이다. 언젠가는 대부분이 한 번은 감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접종돼 있지 않다면 큰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심장수술을 한 이력이 있고, 부정맥과 심부전증 등을 앓고 있어 우려된다는 질의에도 최원석 교수는 “(접종)금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질환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접종하게 되는 당일 상태에 따라 접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말기 질환을 갖고 있거나 현재 발열 등의 증상이 진행 중이라면 컨디션을 회복한 뒤 접종하는 게 좋고(정재훈 교수), 출혈 경향성을 만드는 심장병 약을 먹고 있다면접종 이후 부위를 잘 눌러줘 혈종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라(최원석 교수)’고 당부했다. 독감이나 대상포진 접종과 함께 접종해도 되는지에 대해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등을 바탕으로 최소한 2주 간격을 띄우라고 설명했다.

“경증이라도 컨디션 떨어질 수 있어, 약 적극 복용”

발열 등의 이상반응 자체가 젊은층과 비교해 덜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접종 전 몸 상태를 건강히 관리하고, 접종 당일과 후론 특이사항을 잘 관찰할 것을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최원석 교수는 “가장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접종 부위의 붓기나 통증, 발적, 전신의 근육통이나 발열 같은 증상”이라며 “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생 빈도가 낮을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젊은 사람에 비해 컨디션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약물 복용을 해 증상을 조절하고 충분히 쉬고 수분 섭취를 해줘 컨디션이 나빠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경증의 이상반응이라도 48시간 지나서까지 심해진다면 의료기관에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재훈 교수는 “48시간 이후 두통이 극심해지거나 시야장애가 있거나 가슴이 답답한 흉통 증상이 있으면 의료기관으로 내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통상 가장 우려하는 아나필락시스의 경우도 접종 후 15~30분 정도 접종장소에서 관찰하면 90% 이상 확인할 수 있고, 조기에 에피네프린 같은 약물을 투여하면 대부분 잘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재현 연세대 의과대학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뇌나 심장에 이미 기저질환을 가졌다면 후유증이 남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의심이 될 땐 빨리 의료기관에 가달라”고 말했다.

특별히 피해야 할 것들이 있을까. 이재현 교수는 “아프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하고, 맞은 후로는 무리한 운동, 목욕, 음주를 삼가달라”며 “이상반응이 하루, 이틀 뒤에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접종 후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증상 발생 시 도움을 잘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혹시 기회를 놓칠까 봐 아픈데도 얘기 안 하고 접종하면 이상반응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며 “몸이 불편하거나 급성 병이 생겼을 때는 일정을 변경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이 치매를 유발한다거나 알레르기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면 덜 아프다는 등의 잘못된 정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코로나 백신이 신경세포나 뇌에 만성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정재훈 교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약을 먹고 주사 맞는 데 과학적 근거가 없다(이재현 교수)”는 것이다.

한편 당국은 75세 이상 대상자 중 예방접종센터로의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향후 위탁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접종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5월부터 65세 이상 어르신 대상의 접종을 위탁의료기관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 위탁의료기관 또는 보건소를 통해 접종할 수 있도록 조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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