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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살이 쪄요" "초조하고 잠도 안 와요"…재택근무 건강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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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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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산업현장에선 재택근무가 활성화했다. 집단 감염의 위험을 줄이려는 대책의 일환이다.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뜻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원활한 회사 운영을 위한 조치다.

재택근무자 대상 건강 변화 연구 결과 #수면장애 비만, 심지어 탈진 경험까지 #허리·목·어깨 통증 등 근골격계 질환도 #"재택근무 건강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한데 재택근무가 근로자 건강에 복병이 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만과 근골격계 질환, 심리적 불안과 같은 신체·정신적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국제학술지인 「SH@W」는 이런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재택근무 근로자의 직업 건강 문제와 생활 방식 변화'라는 논문을 실었다. 찻차이 엣파냐스쿨 태국 스리나카린 의대 예방사회의학과 교수팀이 869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재택근무 전과 이후의 변화를 연구했다. 「SH@W」는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국제과학논문색인(SCI)급 국제학술지다.

코로나 재택근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 재택근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에게 나타나는 신체 건강상 가장 큰 문제는 체중 증가였다. 무려 41%가 비만에 가까운 체중 변화로 고민했다.

소외감이나 초조감과 같은 심리적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10명 중 3명(31.3%)이나 됐다. 우울증(14.5%)이나 집중력 상실(16.7%)과 같은 정신적 질환도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내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니면 직장으로부터 언제 올지 모르는 지시나 명령 등에 대한 불안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근로자도 22%나 됐다. 재택근무로 근무의 자율성이 높아졌지만 정작 근로자들은 직장과의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잠을 제대로 못 잔다며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21.1%에 달했다. 심지어 탈진하는 경우도 17.9%였다.

수면장애와 초조감, 탈진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은 근로시간 조절 또는 규칙적인 근로시간 배분 등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외감과 초조함에 일에 더 매달리는 경향을 보였을 수도 있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 중 26.8%는 일과 일상의 모호함에 혼란스러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 근로자 가운데는 허리통증(36.3%)이나 목과 어깨 통증(40.9%)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특히 많았다. 거주 공간이던 집이 집무 장소로 바뀌면서 사무실에서는 으레 책상에서 일했지만 집에서는 엎드려서 일하는 등 업무를 처리하는 행동양태가 바뀌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박두용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이런 현상과 관련 우선 재택근무의 여건이 되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책상과 의자, 컴퓨터 시스템, 독립된 방(업무공간) 등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그에 부합할 경우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미다.

또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를 해도 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재택근무제를 도입할 때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박 이사장은 강조했다. 재택근무는 필연적으로 동료와 유대감을 떨어뜨리게 된다. 근로자는 업무부담감 증가를 느낄 수도 있다. 이에 따른 불안과 같은 정신적 문제에 민감한지 아닌지를 점검한 뒤 획일적이기보다 선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일상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근로자 질환에 대한 대책이 없다. 독일 등 다른 나라들처럼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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