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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북핵 뺀 100분 연설…미 비핵화 압박에 발 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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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7일 베이징에서 화상 기자회견을 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로이터=연합뉴스]

7일 베이징에서 화상 기자회견을 하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 [로이터=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7일 중국의 올해 외교 방향을 예고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북핵과 한반도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100분간 진행된 올해 기자회견은 예년과 달리 순차 통역 없이 이어져 실제 발언 분량이 1.5배가량 늘었는데도 북핵이 빠진 것은 이례적이다.

양회 회견서 한반도 무언급 전략 #미국에 “내정간섭 말라” 요구도 #“대만과 반드시 통일할 것” 강조

왕 부장은 지난해 회견에선 “미국 측의 실질적인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 북·미 대화를 정체에 빠뜨린 중요한 원인”이라며 “‘단계적·동시적’ 로드맵을 빨리 만드는 것이 한반도 핵 문제 해결 발상”이라고 촉구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이 주변 동맹국, 우방국과 연대하는 비핵화 압박 전략을 준비하자 아예 무언급 전략으로 대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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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부장은 이날 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내정 간섭을 말라”고 대놓고 요구했다. 왕 부장은 “미·중 관계는 내정 불간섭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중국이 잘하건 못하건 중국 인민에게 발언권이 있으며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만 문제는 미국에 양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 관계에서 건널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중국 정부는 대만 문제에서 타협의 여지나 물러설 공간은 없다”고 선언했다. “양안은 반드시 통일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통일에 대한 의지를 예년보다 크게 강조했다.

이번 양회의 최대 화두인 홍콩 선거제도 개정 의지도 분명히 했다. 왕 부장은 “홍콩은 식민통치 시기에 어떠한 민주도 없었다”며 “중국 중앙 정부보다 홍콩의 민주 발전에 관심을 갖는 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홍콩의 선거제도 개정이 일국양제의 소멸이라는 서구의 비판에 대한 반박이다.

왕 부장은 이날 미국에 협력을 촉구하는 강온양면책도 구사했다. 그는 “세계 1·2위 경제 규모로 이익이 교차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경쟁은 필연적”이라면서도 “핵심은 공평·공정의 기초 위에서 펼쳐져야 하며 서로 공격하거나 제로섬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19 방역, 경제 회복, 기후 변화 등 협력에 필요한 리스트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면서 “불합리한 제한은 풀고 새로운 인위적 장애물을 다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사태와 관련, 왕 부장은 “가장 시급한 임무는 새로운 유혈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라면서도 “미얀마 정세가 어떻게 변해도 중국과 미얀마의 우호 협력 방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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