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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도 맞았다면서 본인은 거부…러시아 백신, 푸틴 황당 해명

중앙일보

입력

블라디미르 푸틴(69)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을 공개적으로 접종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메라 앞에서 원숭이같은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면서다.

푸틴 "카메라 앞 원숭이되기 싫다" #스푸트니크V 백신 공개 접종 거부 #"다른 나라들 사려고 줄 섰다"면서 #접종 시기도 "늦여름이나 초가을"

또 그는 스푸트니크V 백신을 서둘러 접종받지 않고, 올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맞겠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스푸트니크V 백신을 국민에게 접종 중이다. 60세 이상도 접종 대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코메르산트,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일 러시아 언론사의 편집 책임자들과 화상으로 대담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을 언제 맞을 예정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다른 백신을 또 맞을 순 없다"면서 "주치의와 상의해 (적절한 시점에) 주사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방문을 포함해 대외 활동이 시작되는 2021년 후반기인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접종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데일리메일은 푸틴 대통령의 접종 시기에 대해 러시아 당국이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을 60세 이상에도 허용한 지 수개월이나 뒤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 [AFP=연합뉴스]

더욱이 스푸트니크V 백신은 효능이 91.6%(60세 이상 효능 91.8%)라는 3상 결과가 학술지 '랜싯'에 실리면서 서구 선진국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러시아 외교부의 마리아 자카로바 대변인은 "세계 각국이 스푸트니크V 백신을 사려고 줄을 서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 정부도 스푸트니크V 백신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조롱받던 러시아 백신의 반전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내 딸도 접종받았다"고 밝힌 지 수개월이 지나도록 자신은 맞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스푸트니크V 백신이 3상 결과가 나오기 전에 승인을 먼저 받자 그는 "내 딸도 접종했다"면서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접종받지 않아 의문을 낳았다.

지난해 11월 스푸트니크V의 3상 결과가 나온 날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은 크렘린궁 대변인은 "대통령은 '인증'되지 않은 백신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벌써 사용 승인까지 난 백신에 대해 '인증'되지 않았다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에서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행보는 국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서 팔을 걷어붙인 다른 나라 정상들과 차이가 있다. 조 바이든(79) 미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72) 이스라엘 총리, 리셴룽(69) 싱가포르 총리 등 최소 10여 명의 정상이 앞장서 공개적으로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동물원 원숭이처럼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공개 접종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직 스푸트니크V 백신은 맞지 않은 푸틴 대통령은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격리된 채 업무를 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외부인이 그를 만나려면 2주간의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또 크렘린궁과 모스크바 외곽에 있는 그의 관저를 방문하려면 천장과 벽에서 소독약이 나오는 살균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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