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95%' 러 백신, 딸도 맞았는데…푸틴 아직 접종 안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0.11.25 15:05

업데이트 2020.11.25 15:26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면역 효과가 임상시험 3상에서 '최대 95% 이상'이란 발표가 나왔다. 이로써 지금까지 임상에서 '90% 이상' 효과가 나왔다고 발표된 코로나19 백신은 총 4개가 됐다. 스푸트니크 V는 한국에서도 위탁 생산하는데 서방 백신과 달리 이미 러시아 당국의 사용 승인까지 받은 상태다.

러 "코로나 백신 '스푸트니크V' 효과 95% 이상"
러 당국, 3상 시험 전인 지난 8월 사용 승인
푸틴 "딸도 맞았다"…본인은 아직 접종 안해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면역 효과가 3상에서 최대 95% 이상이란 발표가 나왔다. [AF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의 면역 효과가 3상에서 최대 95% 이상이란 발표가 나왔다. [AFP=연합뉴스]

스푸트니크 V 백신이 러시아 당국의 승인을 받은 건 임상 최종단계인 3상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 8월 11일이다. 러시아가 당시 3상을 생략하고, '승인'을 먼저 하자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미국 등 서구 국가들에서 쏟아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필요한 검증 절차를 거쳐 승인됐다. 내 딸도 접종했다"면서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 본인은 "딸도 맞았다"고 밝힌 이 백신이 승인된 지 3개월 넘었지만, 아직도 접종하지 않고 있다.

"딸도 맞았다"면서 승인 3개월 지나도 푸틴은 접종 안 해 

24일(현지시간) CNN,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의 3상 결과가 나온 이 날 크렘린 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기자들로부터 "푸틴 대통령은 왜 아직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페스코프 대변인은 "대통령은 '인증'되지 않은 백신을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대중 접종이 시작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국가 정상인 대통령은 자원자로서 임상 접종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CNN은 이에 대해 페스코프 대변인이 백신의 '인증'과 '승인' 사이의 차이가 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러시아 당국이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지난 8월 승인해놓고 이제 와 '인증'되지 않아 대통령이 맞지 않았다고 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CNN은 임상과 별도로 이미 일부 러시아의 의료진, 교사, 고위 관료들도 이 백신을 접종받았다고 전했다.

임상에서 스푸트니크 V 백신의 분석 대상자 수가 다른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에서 개발했다.

이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1만8794명 가운데 코로나19에 걸린 39명을 분석한 결과 백신의 효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 V는 2회에 걸쳐 접종이 이뤄지는데, 두 번째 접종 일주일 뒤 효능이 91.4%, 두 번째 접종 21일 뒤 효능이 95% 이상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월 러시아 의료진이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접종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월 러시아 의료진이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접종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미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3상에 참가한 4만3500여 명 가운데 코로나19에 감염된 170명을 분석해 95%의 면역 효과를 얻었다.

미 제약사 모더나와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3상 참가자 약 3만 명 중 코로나19 확진자 95명을 분석해 94.5%란 면역 효과를 도출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약 2만4000명을 대상으로 한 3상에서 131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분석, 백신 투여 방식에 따라 최대 90%의 면역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러 "50여 개국서 12억회 분 주문" …韓 기업 위탁생산 

러시아 당국은 스푸트니크 V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RDIF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대표는 이 백신에 대해 "기존에 개발해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백신을 약간 변형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메르스 백신 개발 연장선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 RDIF 측은 3상에서 일부 참가자들에게 접종 부위 통증, 두통 등의 가벼운 증상 이외에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스푸트니크 V는 일반 냉장 온도인 2~8도에서 보관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1회 투여 기준 스푸트니크 V의 가격은 10달러(약 1만1000원) 이하로 책정될 전망이다. 모더나(32~37달러) 화이자(19.5달러)보다 저렴하고, 아스트라제네카(4달러)보다 비싸다.

RDIF 측은 내년 1월부터 백신의 해외 공급이 시작되며 지금까지 50여 개국에서 12억회 분 이상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해외 공급용 백신은 한국·중국·인도·브라질 등에서 위탁 생산한다. 한국에선 바이오기업 지엘라파가 연간 1억5000만회 분의 스푸트니크 V를 생산하기로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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