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
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남기 경질론’이 또 터져 나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비공개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고통을 덜어드리고자 당정 협의하겠다는 연설을 정무직 공직자가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면서 “오늘 회의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 대변인이 “정무직 공직자”라고 표현한 당사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정무직’이라는 말로 ‘선출직’ 의회 권력과의 차이를 강조했고, 누구나 볼 수 있는 페이스북 글을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지칭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전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밝히자마자 “전 국민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을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박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에선 홍 부총리를 이대로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최 대변인은 경질론을 말한 당사자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였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며 “(최고위) 참석자 중 한 분이 제기했다”고만 했다. 기자들을 모아놓고 회의 내용을 전하는 자리에서 사퇴론을 꺼낸 것 자체가 민주당 차원의 기재부 압박 메시지라는 관측이 나온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는 통화에서 “경질론은 최고위원이 아닌 한 참석자의 돌출 발언이긴 했지만 4차 재난지원금 문제는 민생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당이 주도해서 실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민생의 고통 앞에 정부·여당이 겸허해져야 한다. 재정의 역할을 확대할 때가 됐다”며 “재정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하면 재정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그간 재난지원금 지급 때마다 민주당과 크게 충돌했다. 첫 재난지원금 지급이 논의되던 지난해 3월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가 언성을 높여 홍 부총리 경질을 거론했다. 지난해 11월엔 홍 부총리가 낸 사표를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하는 일도 있었다.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이번 갈등은 지난 1일 오후 갑자기 소집된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고 한다. 회의 참석자 주변에서 “김 원내대표와 홍 부총리가 늦은 시각까지 지급 범위 등을 놓고 고성으로 격론을 벌였다”는 말이 나왔다. 당시 좁혀지지 않은 당정 간 견해차가 이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이후 외부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은 당정 갈등이 자칫 국정 운영의 불협화음으로 보이는 걸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날 최고위에서도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다수는 “이 문제가 개인의 거취 문제로 전개되면 본질이 흐려진다. 특정인을 겨냥하는 문제는 더는 거론하지 않도록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당내에서도 “홍 부총리에 대한 분노야 크지만,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석 달 전에 재신임하지 않았느냐”(민주당 관계자)는 의견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SNS(페이스북)에 드린 말씀은 숙고하고 절제되게, 정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낙연 대표의 연설은 공직 생활 중 들은 가장 격조 있는 연설이었다. 다만 정부와 다른 이견 사항이 정부 (부처)들에게 확정된 거로 전달될까 봐 재정당국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페이스북에)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다. 그는 양당 교섭단체 대표 연설 청취차 이틀 연속 국회에 왔다.
격화하는 당정 갈등 속에 보편·선별 지급 등 4차 재난지원금의 구체적 방침은 청와대가 정리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제부처하고 당하고 1차, 2차, 3차 재난지원금 (지급) 그때마다 이견들이 있었다”며 “그것은 어찌 보면 보장되고 또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이런 이견들을 조정하고 또 어떻게 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새롬·김효성·김준영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