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데 갈 수가 없네…미·캐나다 국경 골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미국 워싱턴주 포인트 로버츠의 볼드 이글 골프장은 지난해 3월 문을 닫았다. 언제 다시 열지 기약 없다.

골프닷컴, 볼드 이글 골프장 조명

볼드 이글 골프장. 그래픽=박춘환

볼드 이글 골프장. 그래픽=박춘환

골프장들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최고 매출을 올렸다. 반면 피해를 본 골프장도 있다. 미국 골프닷컴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볼드 이글 골프장을 6일 소개했다. 볼드 이글 골프장은 바다가 가깝고 숲도 우거졌다. 코스도 좋아 미국 북서부 정상급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과 영국은 영유권 분쟁을 벌였던 서부해안을 놓고 1846년 오리건 조약을 체결했다. 밴쿠버 섬을 제외한 북위 49도 이남 지역은 미국, 이북은 영국 영토로 정했다. 49도 이북은 그 이후 영국에서 독립한 캐나다가 됐다. 주민 1300여명이 거주하는 포인트 로버츠는 밴쿠버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캐나다 문화권 마을이다. 그러나 북위 49도 이남에 위치해 엄연한 미국 영토다. 문제는 마을이 반도 끝에 있어 미국에서 가려면 캐나다를 거쳐야 한다.

캐나다는 코로나19가 번졌던 지난해 3월 미국 국경을 봉쇄했다. 응급 상황 등의 중요한 일이 아니면 국경을 넘을 수 없다. 류현진 소속팀인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지난해 국경 봉쇄 조치로 토론토의 홈 대신 마이너리그팀 연고지인 미국 뉴욕주 버펄로에서 홈 경기를 치렀을 정도다.

국경 봉쇄로 볼드 이글 골프장 고객의 99%를 차지하던 캐나다 골퍼가 오지 못했다. 미국 골퍼가 오는 건 더 어렵다. 미국에서 골프장에 가려면 캐나다 국경을 넘었다가 다시 미국으로 국경을 넘어야 한다. 돌아가야 하니 거리도 멀다. 포인트 로버츠 마을은 섬처럼 고립됐다.

마을에는 일주일에 한 번 미국에서 생필품을 실은 배가 온다. 그렇다고 골퍼가 일주일 일정으로 배를 타고 올 수는 없는 일. 재밌는 건 마을 사람들은 이런 고립을 오히려 좋아한다는 거다. 마을에는 주유소와 식료품 가게 등 편의 시설이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감염자는 한 명도 없었다.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마을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