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작 국민은 K방역 못 믿었다···'카트리나'급 재앙 경고

중앙일보

입력 2021.01.05 17:08

업데이트 2021.01.05 18:1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지난 한 해 동안 중앙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이 큰 폭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에 선방했다며 'K-방역'을 홍보했지만, 정작 국민은 정부의 대처에 대해 박하게 평가한 것이다. 특히 정부에 대한 신뢰는 코로나 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에서 더욱 낮게 나타나 이들에 대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커뮤니티웰빙연구센터 조사 결과
최근 세차례 조사중 가장 낮은 신뢰 수준
美도 재난 대응 제대로 못해 지지율 타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5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커뮤니티웰빙연구센터와 지방자치연구원은 ‘한국 커뮤니티 웰빙에 관한 주민평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앙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2019년 6.12점(10점 만점)에서 지난해 5.89점으로 낮아졌다. 2017년(6.44점)과 비교하면 0.55점이 떨어졌다. 여권의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꼽히는 광주(6.47점)와 전남(6.43점)의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대구(5.45점)와 충남(5.47점), 경북(5.6점)에선 낮았고, 서울(6점)과 세종(6.07점), 대전(6.15점)은 6점대 초반으로 나타났다.

정부 신뢰 수준 6점 밑으로 첫 하락  

연도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김현서 기자

연도별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김현서 기자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커뮤니티웰빙연구센터장은 "기존 조사에선 2년 동안 0.32점이 떨어졌는데, 불과 1년 사이 0.23점이 떨어지는 등 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 하락 폭도 훨씬 커졌다"며 "임계점이랄 수 있는 6점 이하로 하락했다는 건 대통령 지지율에도 그만큼 악영향을 줬을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지방정부(광역 기준)에 대한 신뢰 역시 6.12점으로 예년(6.8점)에 비해 낮아졌지만, 긍정ㆍ부정 평가의 경계랄 수 있는 6점 밑으론 내려가지 않았다. 이승종 센터장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중앙정부는 상대적으로 지방정부보다도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결과"라며 "정부의 대대적인 K 방역 우수성 홍보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민이 생각하는 건 달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 낮을수록 신뢰 수준도 낮아  

정부 신뢰 : 소득별. 김현서 기자

정부 신뢰 : 소득별. 김현서 기자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자일수록 중앙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300만원 이하' 가구의 경우 중앙정부 신뢰는 5.75점에 그쳤다. 월 가구소득이 '600만~700만원 이하'인 응답자는 6.02점, '700만원 이상'인 경우는 5.98점이었다. 오영균 수원대학교 교수는 “조사 결과 소득구간별로는 대체로 빈저부고(貧低富高)의 정부신뢰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자영업자 등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들에게 집중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40대 신뢰수준 높고, 60대 가장 낮아

정부 신뢰 : 연령별. 김현서 기자

정부 신뢰 : 연령별. 김현서 기자

또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은 연령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중앙 정부를 가장 신뢰하는 연령대는 40대(만 40~49세)로 6.01점이었다. 하지만 만 60세 이상은 가장 낮은 신뢰(5.68점)를 보였다. 60대를 비롯해 모든 연령대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는 지방정부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최영출 충북대 교수는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엔 정치색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생활방역 등 밀착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 정부는 방역활동 자체를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카트리나'급 지지율 재앙 경고   

이번 조사에 참여한 연구진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친 재난 상황에서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다 지지율에 고전을 면치 못한 미 부시 행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트리나는 2005년 8월 말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고 피해가 속출했다. 하지만 2004년 말 재선에 성공해 90%대를 넘는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카트리나 사태에 대한 늑장대응으로 지지율이 30%대 중반까지 추락하는 쓴맛을 봤다. 이승종 서울대 커뮤니티웰빙연구센터장은 “미국에서도 정치적 수사에만 집중하면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되레 민심을 잃게 된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있다"며 "중앙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을 높이려면 코로나19 방역이든 부동산 정책이든 성과를 홍보하기보다 꾸준한 정책 관리가 더 효과적이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229개 지역(기초자치단체 226개, 세종시, 서귀포시, 제주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만6555명을 대상으로 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2월 14일까지 조사했다. 지역별 인구수와 성비 등을 고려해 응답자 집단을 추출했다. 2017년과 2019년에 이은 세 번째 조사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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