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초대 공수처장 후보 2인 결정…이찬희·조재연 표심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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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권의 ‘묻지 마 공수처 출범’에 동의해 준다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성탄 전야인 지난 2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초대 처장 후보 추천위 일부 위원에게 보낸 편지에 “(추천위가) 서둘러선 안 된다”며 이렇게 적었다. 야당이 공수처 출범을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자 꺼낸 읍소 전략이다. 이 편지는 7명의 추천위원 가운데 2명의 여당 측 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5명에게 전달됐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5차 회의에서 조재연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5차 회의에서 조재연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원내대표가 특별히 염두에 둔 수신자는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이었다고 한다. 28일로 예정된 추천위원회 결정의 향방이 당연직 추천위원인 두 사람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공수처법이 의결 정족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만 있으면 공수처장 후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개정돼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빠지거나 반대해도 후보 선정이 가능해졌다. 당연직 위원 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빼면 야당이 기댈 곳은 두 사람 뿐인 셈이다.

앞선 회의에서 두 사람은 김경수ㆍ강찬우 변호사 등 야당 측이 추천한 인사들에게도 표를 던진 적이 있다고 한다. 주 원내대표는 편지에 “역사와 국민 앞에 당당한 결정을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썼다.

이와 별도로 주 원내대표는 추 장관의 추천위 불출석도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추 장관의 불법과 독주가 법원의 판결로 확인됐다”며 “(대통령은) 당장 장관직 사표를 수리하고, (추 장관은) 내일 공수처장 추천위에 출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주도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의 효력을 법원이 막아선 것의 정치적 효과를 공수처 출범 저지로 이어가 보겠다는 포석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 위원인 박경준 변호사는 27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추천위는 국회의장에 의해 위촉됐지만, 엄연히 독립적인 지위에서 후보 추천을 하는 것”이라며 “(주 원내대표가) 추천위원에게 편지라는 형식으로 무언의 압력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보낸 것은 추천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與 “공수처장 추천”, 野 “법적 대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로 출근하는 모습.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주도한 추 장관이 공수처 추천위에 불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로 출근하는 모습.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주도한 추 장관이 공수처 추천위에 불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1

민주당 측은 28일 추천위에서 2명의 후보 선정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추천위에선 선정을 안 하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라며 “예전엔 야당의 비토(vetoㆍ거부)권이라도 있었지만, 이젠 법이 바뀌어서 후보 선정을 미루고 논의를 이어갈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추천위에선 앞선 회의에서 가장 많은 5표를 얻었던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변호사, 4표를 받았던 이건리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중 2명이 문 대통령에게 추천할 2명의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지난 18일 추 장관이 추천위 연기를 요청해 한때 추 장관이 직접 새 후보를 추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새로운 카드는 나오지 않았다”며 “기존 다득표자 중 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 측 동의 없는 후보 선정 의결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오늘 입장문을 통해 “야당 추천위원들은 종전 회의에서 전 변호사와 김 연구관에 반대표결을 했었다”며 “28일 회의에서 이들이 공수처장 후보로 선정된다면 위헌적 개정 공수처법에 따른 위헌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결에 대해 행정소송과 가처분 및 위헌법률심사제청 등으로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정ㆍ김홍범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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