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령 '100세 폐암 환자' 수술 성공시킨 국내 의료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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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흉부외과 박병준 교수(왼쪽)와 김영원(100) 환자. 중앙대병원 제공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박병준 교수(왼쪽)와 김영원(100) 환자. 중앙대병원 제공

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고령 100세 폐암 환자의 절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중앙대병원은 이 병원 암센터 박병준 흉부외과 교수팀이 지난 15일 100세인 김영원 할아버지의 폐암 절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1일 밝혔다.

박 교수팀은 김 할아버지의 폐 우상엽(우측 윗부분)에 위치한 2.5cm 크기의 초기 악성 폐암에 대해 가장 적게 절개하고 수술을 하는 폐절제술인 ‘흉강경하 우상엽 절제술’과 ‘종격동 림프절 곽청술’을 시행했다.

우상엽 절제술은 폐암 덩어리를 포함한 하나의 폐엽을 절제하는 수술이다. 김 할아버지는 내시경을 가슴에 넣어 진행하는 흉강경 수술을 통해 우측 폐의 2/5가량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환자는 수술 이후 호흡곤란이나 기타 합병증 없이 회복했다. 이어 지난 19일 수술 후 4일 만에 100세 폐암 수술 환자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김 할아버지는 평소 별다른 호흡기증상이 없었다. 최근 허리가 좋지 않아 척추 시술을 위해 컴퓨터단층촬영검사(CT)를 하다 폐에 이상 소견이 나타났다. 흉부CT검사와 폐조직검사 등을 통한 정밀검사를 시행한 결과, 비소세포성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게 됐다.

박병준 교수는 “90세 이상의 고령에서 폐암을 진단받는 경우, 수술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적극적인 폐암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폐암 술기의 발달로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고령이라 하더라도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라며 “평소 환자의 건강 상태와 심폐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절제 부위가 작고 출혈이 적으며 수술 후 회복이 빠른 흉강경 폐절제수술을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폐암에 있어 100세가 넘는 환자의 수술에 성공한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전체 암 수술에 있어 최고령은 2016년 국내 대학병원이 시행한 만 103세 여성의 대장암 수술이다.

박 교수는 “최근 5년간 국내 100세 이상의 인구는 5배나 증가해 2만명을 넘어가고 있어, 100세 시대를 넘어 150세 시대를 바라보는 시점에 이제 나이는 폐암 수술의 걸림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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