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데 무슨 결혼…신혼부부 빚은 늘었는데 집 사긴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집을 산 신혼부부는 줄었지만, 빚을 낸 신혼부부는 늘었다. 집값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을 가진 신혼부부 비중은 감소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19년 신혼부부통계’를 보면 신혼부부 10쌍 가운데 4쌍은 집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가진 신혼부부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낸 2016년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다. 특히 초혼인 신혼부부의 경우 지난해보다 0.9%포인트 감소한 42.9%(42만8000쌍)가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통계는 매년 11월을 기준으로 혼인 신고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신혼부부, 빚은 늘었는데 집 사기는 어려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신혼부부, 빚은 늘었는데 집 사기는 어려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비싼 집 사는 신혼부부가 늘었다?

신혼부부가 소유한 집값은 올해 1월 주택공시가격을 기준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가 36.7%로 가장 많았다. 60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31.8%), 3억원 초과~6억원 이하(17.5%) 순이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을 소유한 부부는 줄고, 비싼 집을 가진 부부는 늘었다. 신혼부부가 비싼 집을 선호한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비싼 집이 많아져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억5000만원 이하 집을 가진 부부 비중은 3%포인트 감소했지만, 3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부부 비중은 3%포인트 증가했다.

김진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정부가 추진한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따라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주택소유통계를 봐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주택 소유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빚 있는 신혼부부도 늘었다

신혼부부 10쌍 중 8~9쌍은 빚을 안고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금융권 대출 잔액이 있는 초혼 신혼부부는 85.8%였다. 전년(85.1%)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신혼부부가 갚아야 할 대출 잔액도 매년 10% 이상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초혼 부부의 대출 잔액 중앙값(대출 잔액을 크기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값)은 1억120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이던 1년 전보다 12.1%나 증가했다. 외벌이 부부보다는 맞벌이 부부가, 자녀가 없는 부부보다는 자녀가 있는 부부가 대출이 많았다.

지난 7월 예비 신혼부부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결혼 박람회에서 웨딩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예비 신혼부부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결혼 박람회에서 웨딩드레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맞벌이가 1.8배 더 번다

초혼 부부의 연간 평균 소득은 5707만원으로 1년 전보다 3.7% 증가했다. 3000만~5000만원 미만을 버는 부부가 24.3%로 가장 많았다.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보다 1.8배 많이 벌었는데, 초혼 부부 절반(49.1%)이 맞벌이 부부였다.

인구의 감소와 결혼을 미루는 추세 탓에 지난해 전체 신혼부부는 2018년(132만2000쌍)보다 4.7% 감소한 126만쌍이었다. 초혼 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0.03명 감소한 0.71명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 중 재혼 부부의 비중은 20.6%로 0.3%포인트 늘었다.

신혼부부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로 전체의 28.3%가 살고 있었다. 서울이 18.4%, 경남이 6.3%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이 아파트(69.8%)에 거주했고, 단독주택(13.4%)에 사는 비중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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