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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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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스포츠팀장

장혜수 스포츠팀장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0년대, 일제는 자원이 풍부한 경북 북부에 눈독을 들였다. 1919년 조선산업철도를 설립한 뒤 경부선이 지나던 경북 김천과 안동을 연결하는 경북선 철도 부설권을 따냈다. 개통 1년 전인 1930년 10월 15일 안동역 역사가 준공됐다. 첫 이름은 경북안동역이었다. 경의선 끝 신의주 맞은쪽 중국 단둥(丹東)역이 당시 안동역이었다. (단둥역으로 바뀐 건 1965년이다) 기차로 국경 넘어 중국에 가던 시절이었다.

일제는 1936년 서울 청량리에서 안동~경북 영천을 잇는 중앙선을 놓기로 했다. 대륙 침략을 위한 수송로가 더 필요해서였다. 1940년 안동 통과 구간이, 1942년 전 구간(청량리~경북 경주)이 개통됐다. 중앙선 안동역 시대가 열렸다.

6·25전쟁 발발 한 달 만인 1950년 7월 말, 안동 시가지 전투로 안동역은 폐허가 됐다. 전후 복구 작업은 역 앞에서 시작됐다. 사람과 물자가 이동하려면 철도와 역사가 필요했다. 1960년 8월 현 안동역 역사가 준공됐다.

소설가 이문열은 대하소설 『변경』에서 당시 안동역(소설 속 안광역)을 소환했다. 경북 영양 출신인 그는 안동에 잠시 살았다. 소설(3권 120쪽)에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던 안광에서의 어린 시절이 역광장 앞 거리의 낯익은 풍경으로 문득 생생하게 살아난 까닭이었다. 저만치 자신이 입학해서 이 년 반이나 다닌 국민학교가 그리운 옛집처럼 눈에 들어왔고, 자기들이 살던 구시장 골목길도 조금만 정성 들여 더듬어 가면 금세 찾아낼 것 같았다’고 썼다. 1980년대 하루 7500명이던 역 이용객은 중앙고속도로가 생긴 2010년대 1000명으로 줄었다.

열흘 뒤 17일 안동에 새 철길이 개통된다. 중앙선 복선전철화 사업에 따른 것이다. 현 안동역이 90년 만에 문을 닫고, ‘KTX 이음’이 지나는 새 안동역이 시 외곽에 문을 연다.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만나자고 약속한 사람 새벽부터 오는 눈이/무릎까지 덮는데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오지 않는 사람아 안타까운 내 마음만/녹고 녹는다 기적 소리 끊어진 밤에’.

가수 진성이 2008년 내놓은 트로트 곡 ‘안동역에서’다. 새 안동역은 역 전체가 지붕에 덮여 눈이 들이치지 않는다. 만날 약속을 했다면, 옛 역인지 새 역인지 장소부터 확인해야 한다.

장혜수 스포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