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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백신 4400만명분 확보한다…"굳이 그렇게 필요한가" 반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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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4400만명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1조3000억원가량을 추가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실제 필요한 백신 물량보다 많이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따라 당·정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정부가 1단계로 확보하기로 했던 3000만명분보다 1400만명분 증가한 물량이다. 이와 관련,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백신은 국무회의 보고 목표량이 3000만명분이지만, 조금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주중 세부계획을 국민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4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 구매 예산 약 1조3000억원을 추가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9일 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사진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대책 당정청 협의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4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 구매 예산 약 1조3000억원을 추가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9일 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전했다. 사진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대책 당정청 협의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당·정은 기존에 논의되던 3차 재난지원금(3조6000억원 수준) 예산과는 별개로 백신 구매 예산을 확대해 편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추가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단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미 3차 재난지원금 예산을 조달하기 위한 약 2조원의 국채 발행을 예고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관계자는 “3차 재난지원금 예산을 편성하는 데도 재원이 없어 애를 먹고 있는데 거기에 백신 예산으로 1조3000억원을 추가하려면 2조원 순증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예비비는 물론 세입 예산안 중 일부 항목의 액수를 지금보다 높게 잡는 방안까지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예결위에서는 감액심사 결과로 확보한 약 4조원의 삭감분 중 일부를 끌어다 백신 확보 예산에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의 지역구 민원 사업 등으로 대부분 채워져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무조건 백신을 많이 확보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비판도 나온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감염병 전문가들은 방역 측면에서 보면 백신 접종 대상이 전 국민의 60%(약 3000만명) 정도면 충분히 집단면역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며 “확보한 백신 중 접종하지 않은 잔여 물량은 전부 폐기하게 되는데, 무작정 많이 확보하는 게 합리적인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지금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백신이 5건 정도 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복지위 소관 법안 의결이 끝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지금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백신이 5건 정도 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복지위 소관 법안 의결이 끝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민주당 소속인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백신 추가 확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을 뿐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복지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야당이 주장하는 100% 접종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지만, 여당 입장에선 백신 확보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에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여당이 균형감각 없이 야당 공세에 끌려가면 결과적으로 의미 없는 지출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나중에 그 돈 다 날리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했다.

이날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000만명분보다 많은 백신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내년도 예산안엔 900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고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백신 생산 업체와의 협상 상황을 고려할 때 1조3000억원까지 들이지 않아도 충분한 물량의 백신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이에 민주당과 청와대 측 참석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지금 계약을 추진하고 있는 백신이 5건 정도 된다”고 말한 것과 관련,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중국·러시아산 백신의 경우 일단 협상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고 민주당 관계자는 전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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