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확보 못했는데 "백신 나누자"는 이인영…北 "필요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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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나누는 등 방역 협력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18일 KBS 뉴스9에 출연해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 북한에 정식으로 대화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우리가 치료제와 백신을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북으로서는 그런 코로나 방역 체계로 인해 경제적인 희생을 감수했던 부분들로부터 좀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많아서 나누는 것보다도 좀 부족하더라도,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 코로나 방역협력 제안 #유엔선 ‘북한 인권 결의안’ 통과 #정부는 또 공동 제안국서 빠져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자는 것은 통일부 장관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제안이다. 하지만 급해도 너무 급했다는 게 문제다.

이 장관의 발언이 나오기 반나절 전인 이날 오전 강도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가급적 이달 내에 어느 백신을 어떠한 방법으로 확보할 것인지 세부적인 백신 확보 계획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손에 쥐고 있는 백신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아직 백신 확보 계획도 일부만 마무리됐다는 뜻이다.

특히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독일 기업 바이오엔테크가 3상 임상시험 결과 최종 분석에서 효능 95%를 확인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진 게 이날 밤 9시쯤이다. 결국 이 장관은 정부가 목표로 한 백신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백신 생산 단계까지는 가지도 못한 상황에서 북한에 나눠주겠다는 이야기부터 꺼낸 셈이다.

여기에 북한은 외부의 지원은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이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직후인 1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설은 “지금 우리 모두는 없어도 살 수 있는 물자 때문에 국경 밖을 넘보다가 자식들을 죽이겠는가 아니면 버텨 견디면서 자식들을 살리겠는가 하는 운명적인 선택 앞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적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18일(현지시간) 북한 내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16년 연속 통과됐지만, 정부는 2년 연속 결의안 공동 제안국에서 빠졌다. 결의안을 처리한 회의에서 미국·영국·독일 대표들은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규탄했지만 한국 대표는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류 보편의 가치인 북한 인권 문제에 눈감고 있다는 비판을 사는 이유다.

정용수·이유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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