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평검사가 전화해 "상부 지시다, 윤석열 바꿔라, 내일 조사가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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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0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입장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이날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10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입장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이날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 소속 평검사가 18일 윤석열 검찰총장 비서관에게 전화해 '19일 오후 2시' 조사 일정을 통보하며 "윤 총장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또 이날 오후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에 윤 총장 조사를 위한 사무실과 집기를 준비해달라는 감찰 협조 공문도 보냈다. 검사들 사이에서는 법무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를 통해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법무부 감찰관실에 파견된 평검사는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윤 총장 부속실 비서관에게 연락해 "19일 오후 2시 윤 총장에 대한 감찰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16일 검찰 내부망 메신저 통보, 전날 대검찰청 방문 통보 시도 끝에 결국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조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16일 윤 총장 비서관에게 "윤 총장의 (감찰) 조사 일정을 잡아달라"는 내용의 메신저를 발송했다. 대검이 일정 조율 요구가 일방적이라고 보고 답하지 않자 17일에는 평검사 2명을 대검으로 보내 윤 총장 면담을 요구했다. 이후 대검은 평검사 2명이 갖고 온 봉투를 밀봉된 그대로 법무부에 다시 돌려줬다.

특히 이날 오후 총장 비서관에게 전화를 한 검사는 "상사의 지시다"며 "윤 총장과 직접 통화하겠다. 전화를 바꿔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비서관이 "상사가 누구냐"고 묻자 "박은정(48·사법연수원 29기)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라고 답했다고 전해졌다.

박 담당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며 남편은 이종근(51·28기) 대검 형사부장(검사장)이다. 이 검사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개혁 정책을 짜는 역할을 맡았다.

법무부는 19일 대검 운영지원과에 윤 총장 대면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니 사무실과 집기를 준비해달라는 협조 공문도 이날 오후에 보냈다. 공문을 통해 감찰 사안이 무엇인지, 누가 조사를 하는지도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 내에서는 "윤 총장에게 조사 통보했다는 명분을 쌓은 뒤 19일 조사를 강행하려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감찰 자체를 거부할 생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검찰총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최대한 예의를 갖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한 간부는 "법무부가 최대한 예의를 갖추겠다고 하면서 평검사에게 윤 총장과 직접 통화하라고 지시한 것은 노골적으로 망신을 주려는 의도"라며 "공식 창구인 대검 정책기획과에도 요청하지 않고, 총장 비서관에게 계속 연락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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