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운명의날···가덕도에 들썩이는 PK, 반발하는 TK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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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6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일대 모습. 연합뉴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6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일대 모습. 연합뉴스

부산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 발표가 17일 오후 2시로 예정된 가운데 기존에 신공항 예정 부지 중 하나였던 부산 강서구 가덕도가 들썩이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안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져서다. 반면 대구·경북지역은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17일 오후 2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 발표 #부산과 경남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기대" #대구와 경북 "가덕도신공항 추진되면 특단조치"

가덕도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17일 오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가덕도 전체로 보면 신공항이 들어섰을 때 지역 발전에 큰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가덕도 내에서도 공항이 들어선다면 배후부지에 속하는 눌차동, 동선동, 성북동 등에서는 기대감이 더 크지만, 예정부지로 알려진 대항동이나 인근 천성동 등은 기대감과 함께 소음과 토지수용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2016년 6월 신공항 예정부지였던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대신 김해신공항 확장안이 최종 결정되자 가덕도는 크게 실망했다. 당시 가덕도는 신공항이 들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도로변에는 하루가 다르게 원룸·상가·다세대주택 등이 새로 들어섰다. 땅값도 10년 사이 3배 이상(자연녹지 기준 2006년 3.3㎡당 47만6000원에서 2016년 181만원) 올랐다. 하지만 신공항이 백지화되면서 이곳에 투자했던 많은 사람이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졌다.

16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에 설치된 항공기 모형. 연합뉴스

16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동 대항항 전망대에 설치된 항공기 모형. 연합뉴스

실제 정부는 2016년 6월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두고 고심하다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짓는 김해신공항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산·울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김해공항 확장안이 관문 공항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요구가 계속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총리실 산하에 검증위가 꾸려져 김해신공항안의 안전·소음·환경·시설 등 4개 분야 14개 쟁점을 검증해왔다.

검증위는 당초 안전 문제를 제대로 보완하면 관문공항으로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지만 법제처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최근 법제처가 ‘공항 시설 확장을 위해선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냈는데 검증위에서 이 부분을 김해신공항안의 절차적 흠결로 판단하는 기류가 강해졌다고 한다. 국토부가 활주로 신설을 위해 공항 인근의 산을 깎는 문제를 두고 부산시와 협의하지 않은 점을 절차상 하자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부산시는 김해신공항 대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사실상 김해신공항은 백지화 수순을 밟고 가덕도 신공항이 다시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남도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해신공항이 어렵다고 한다면 지금으로선 사실상 대체공항으로는 가덕도 외에는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에는 김해신공항이 맞냐 안맞냐, 어디로 갈 것이었냐가 논란이었다면 이제는 어떻게 빠르게 전환할 것이냐 이런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여야 시의원 40여 명이 지난 9월 28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가덕신공항 결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의회 여야 시의원 40여 명이 지난 9월 28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를 찾아 ‘가덕신공항 결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송봉근 기자

반면 김해신공항 폐기 가능성에 대해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은 "정부가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가 다시 말을 바꿔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건 굉장히 무책임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초 계획대로 김해공항은 김해공항, 대구·경북 신공항은 대구·경북 신공항으로 정해놓고 운영이 잘 되도록 할 생각은 하지 않고 표심에 따라 결정을 뒤바꿔선 안 된다. 이런 식으로 각 시·도마다 공항을 다 지어준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반발했다.

강주열 대구·경북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주요 국책 사업이 정권의 입맛대로 가고 정치 논리와 표심에 따라 우왕좌왕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정치 논리에 따라 신공항을 추진하다 결국 무산되고 원점으로 돌아간 것인데, 김해공항 확장안이 폐기되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재추진된다면 대구·경북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시민 이모(35)씨는 "이 정도로 큰 국책 사업이 한순간에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며 “몇 년 동안 지역 간 극한 갈등을 일으킨 끝에 어렵사리 김해공항 확장안이 정해졌는데 다시 이렇게 정책을 뒤집으면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산·대구=위성욱·황선윤·김윤호·김정석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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