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발표 계기로 본 백신 임상 3상 시험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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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 효과가 있다는 중간 결과가 발표되면서 임상 3상 시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상서 결정된 접종량·간격 등으로 대상 늘려 효과 검증 #3상 끝나면 상용화할 수 있지만 대량 생산까지 시간 소요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심사부장은 10일 브리핑에서 화이자 임상과 관련, “8일 기준으로 3만 8599명이 두 번 (백신을) 접종 받았다”며 “접종 받은 사람 중에서 감염자가 94명 나오는 시점에 중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부장은 “백신을 맞지 않은 군과 비교를 했을 때 백신을 맞은 군에서 예방 효과가 90% 이상 나왔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제약사 화이자 백신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미 제약사 화이자 백신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가 진행 중인 임상 3상은 시판 허가를 얻기 위한 임상 시험의 마지막 단계라고 보면 된다. 전 단계인 2상에서 백신 접종량이나 접종 간격 등을 평가하는 시험을 하는데 여기서 가장 효과가 좋은 용법·용량을 골라 더 많은 대상자를 놓고 3상을 진행한다. 대상자 규모는 백신마다 다르게 설계되는데 코로나 백신의 경우 통상 3상에서 3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을 백신 투여 집단(실험군)과 투여하지 않은 집단(대조군)으로 반씩 나누고 백신과 위약(가짜약)을 각각 주입한 뒤 효과를 본다.

김도근 식약처 생물제제과 연구관은 “위약으로 정해져 있는 건 없다”며 “생리 식염수를 쓰는 경우도 있고, 단백질 등 백신의 주성분을 뺀 완충액을 넣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3상에서는 감염 환자가 얼마나 나오는지 감염률을 평가하는 것이 주 목표다. 김 연구관은 “피시험자 본인은 위약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로 일상생활을 하게 되고, 코로나 증상이 생길 경우 검사를 통해 확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감염자가 94명 나왔고, 백신 예방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백신을 접종한 군에서 감염자가 10% 미만으로 확인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역으로 추산해보면 대조군에서 86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오고, 백신 접종군에서 8명 이하의 감염자가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백신에 효과가 없었다면 백신 접종군에서도 86명 정도의 환자가 나와야 했지만 격차가 큰 만큼 효과가 있었다는 의미로 보인다.

통상 독감 백신은 감염 위험을 40~60%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록 중간 결과이긴 하지만 화이자 백신은 홍역 백신(93%)만큼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백신 허가 기준으로 최소한 50% 예방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감염률로 효과를 따진 뒤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 형성 등도 평가하게 된다. 화이자 측은 이달 셋째 주 FDA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보이는데 임상 3상 시작 시기를 따져보면 항체 지속 기간을 채 6개월도 보지 않고 일단 승인을 신청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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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원 부장은 “가장 중요한 건 안전성에 대한 것으로 통상 최소 6개월에서 2년 정도 추적 조사하게 된다”며 “화이자 백신의 추적 기간은 짧지만 긴급 사용의 경우 두 달 정도 보고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렘데시비르도 긴급 사용 승인을 먼저 신청했고 정식 허가가 난 것은 한참 이후였다”고 말했다.

3상이 끝나면 실제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공정을 증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김도근 연구관은 “코로나 상황에선 이런 과정을 백신 개발과 거의 동시에 진행한다”며 “3상이 끝나면 바로 상용할 수 있는 단계라고 볼 수 있지만, 생산 규모가 한정적이라 대량 생산까지는 시간이 꽤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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