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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재판 D-4, 요동치는 대선판…'양강'은 평가절하

중앙일보

입력

나흘 뒤(6일)면 또 한 사람의 정치적 명운이 법원에서 갈린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의혹사건(드루킹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 얘기다. 현재는 보석으로 석방돼 도정을 수행 중인 김 지사는 지난해 1월 1심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혐의 모두 지사직이 박탈되고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정치적 중형’이다.

곧 있을 항소심 판결에서 1심 결과가 뒤집혀 무죄가 된다면 김 지사가 정치적으로 급부상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선 양강(兩强)구도를 깰 ‘다크호스’라고까지 평가받는다. 하지만 당선무효형과 피선거권 박탈이 유지될 경우 대법원에 상고한다고 해도 그 전망이 어둡다. 여의도가 이번 주 서초동을 주목하는 이유다.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 [연합뉴스]

◆“무죄면 한방에 뜬다”=정치권의 다수는 김 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강력한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거라고 내다본다.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머문 ‘마지막 비서관’이란 상징성을 가진 핵심 친노(親盧)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2012, 2017년 대선에 출마했을 당시 두 차례 모두 수행팀장으로 활동한 친문(親文) 직계이기도 하다. 그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김 지사를 “친노와 친문에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그룹까지 아우르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나 이 지사보다 인지도가 낮은 편이지만, 당 안에서는 친문 성향이 짙은 권리당원을 중심으로 상당한 팬덤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김 지사의 대선 도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이 지사와 함께 재난기본소득 이슈를 주도했고, 최근엔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와 같은 국가균형발전 관련 굵직한 의제를 앞세우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김경수 경남지사(왼쪽 첫 번째)가 '사법족쇄'를 벗을 경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 번째)가 받는 친문 지지층의 상당수를 흡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 16일 당시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던 이 대표가 국난극복위 영남권 간담회가 열린 경남도청 중회의실에 김 지사와 함께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지사(왼쪽 첫 번째)가 '사법족쇄'를 벗을 경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두 번째)가 받는 친문 지지층의 상당수를 흡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 16일 당시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던 이 대표가 국난극복위 영남권 간담회가 열린 경남도청 중회의실에 김 지사와 함께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세대교체 vs 평가절하=무죄 시 ‘김경수 대망론’의 또 다른 근거는 세대교체론이다. 친문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새로운 50대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비문 성향의 한 재선 의원도 “세대 측면에선 86 운동권이 대선 주자에 진입하는 첫 케이스다. 김 지사는 올드(old)하지도, 과격하지도 않아 다수의 당원·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2파전으로는 당내 경선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김 지사의 대선전 등판을 바라는 이들의 논리다.

친노·친문의 본고장 PK(부산·경남)에서 ‘호남 대통령’ 탄생에 회의적 시각이 남아있다는 것도 김 지사에겐 유리한 환경이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무죄 시 이낙연 대표 주변에 모였던 친문 팬덤 중 상당 부분은 김 지사로 분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무죄가 나오더라도 김 지사 스스로 당장 대선판에 뛰어들 거라고 보는 이는 드물다. PK의 한 의원은 “재판 결과에 따라 지지율이 올라도 김 지사 본인은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당분간은 경남지사 역할을 최대한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온다고 해도 특검이 상고할 경우 대법원 최종심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측 인사들은 김경수 경남지사(오른쪽)의 대선 주자 급부상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지사와 김 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왼쪽) 측 인사들은 김경수 경남지사(오른쪽)의 대선 주자 급부상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지사와 김 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해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와 이 지사 양강 진영에선 김 지사의 잠재력을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측의 한 의원은 “김 지사는 아직 도정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없었고, 그럴 시간도 부족했다. 차차기는 몰라도 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사 측의 한 의원도 “이 지사는 재판 전에도 코로나19 방역 국면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그간의 (성남)시정·도정으로 10%가량의 지지층이 있었다”며 “무죄가 나온다고 해도 문 대통령의 후광만 갖고 친문 대표주자로 성장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은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재판이나 향후 진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한 측근은 “지금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어떠한 경우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도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 주자 양강구도 속 제3후보로 급부상이 예상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정 총리 왼쪽은 김경수 경남지사, 정 총리 오른쪽으로 한 사람 건너 뒷모습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지난 7월 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10차 목요대화에서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운데)도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 주자 양강구도 속 제3후보로 급부상이 예상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정 총리 왼쪽은 김경수 경남지사, 정 총리 오른쪽으로 한 사람 건너 뒷모습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지난 7월 2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10차 목요대화에서다. 연합뉴스

◆재판 주목하는 제3후보군=김 지사의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시점상 연말이 되면 대선 출마가 유력한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두관 민주당 의원에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 민주당 의원,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군소 후보군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말을 반환점으로 적어도 내년 3월까지는 후보들의 그림이 잡힐 것”이라며 “내년 9월이 당헌이 정한 후보 선출 시점이다. 그 전까지 미동도 없다면 대선 출마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경우 최근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주축이 된 모임 ‘광화문포럼’이 발족하면서 사실상 대선 플랜을 가동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정 총리 측 한 인사는 “코로나19나 대외관계가 엄중한 상황 속에서 현직 총리의 대선 출마를 논하긴 어렵다”면서도 “지금의 시대정신인 분열과 갈등의 치유, 통합을 관통하는 대통령이 친문 직계나 이 지사와 같은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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