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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사망 2명, 달걀 알레르기 쇼크? '아나필락시스'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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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뉴스1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숨진 2명의 사망 원인 중 하나로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오후 독감 백신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에서 “정부가 조사 중인 사망 사례 중 2건은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대구의 70대 사망자가 질식사로 알려지면서 1건으로 줄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아나필락시스는 대표적인 독감 백신 부작용 중 하나다. 특정 식품이나 약물 등에 의한 이상 반응이 단시간 안에 급성 알레르기 쇼크 증상으로 이어진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는 "페니실린 주사, 항생제 주사도 이 아나필락시스를 피할 수 없다.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누구에게 나타날지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아나필락시스로 사망한 경우에는 부검에서 조직 변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그런 소견이 나타나면 특이 체질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나필락시스는 어떤 사람이 해당하는지 알기 어려워서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백신 문제 아냐…무료접종 지속"

일반적으로 독감 백신은 달걀에 바이러스를 배양해 생산한다. 이 때문에 달걀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접종 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 부작용은 대개 발진·가려움 등 수준이다. 하지만 기침, 호흡곤란, 혈압감소, 구토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각할 경우 장기 손상, 사망에 이른다. 달걀 알레르기는 대표적인 아나필락시스 부작용이다.

아나필락시스는 생백신에서 상대적으로 잘 생긴다. 살아있는 병균의 독성을 대폭 약화시켜서 만든 백신이다. 홍역·볼거리·풍진(MMR) 예방 백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독감 백신은 사백신이다. MMR보다 아나필락시스 위험이 훨씬 작다.

현재 아나필락시스가 의심된 90대 사망자는 접종 후 2시간 30분 후 사망했다고 보건 당국에 보고됐다. 짧게는 접종 후 30분 이내, 길게는 2시간 여만에 나타난다. 아주 드물게 더 지나서 발생하기도 한다. 보건 당국이 독감백신 접종한 의료기관에서 30분 정도 대기하라고 안내하는 이유가 혹시 모를 아나필락시스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나필락시스는 일종의 백신 단백질 과민 반응이다. 호흡곤란, 쇼크 등의 증상이 접종 직후 나타난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달걀에 심한 호흡곤란, 쇼크 등을 보이는 사람은 독감 백신을 맞지 않아야 하고, 달걀 알레르기가 있으면 의사와 상담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나필락시스로 숨진 것이라면 독감이 원인으로 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독감 백신에 의한 아낙필락시스 사망자는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다. 외국에서 드물게 나타난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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