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서 90조 굴리는 직원 4명, 마약 혐의 수사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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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조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투자 부문을 담당하는 운용역 직원들이 대마초를 흡입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은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직원들의 모발 검사를 통해 대마초 흡입 여부와 시기 등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 책임·전임 운용역 4명 불구속 입건 #경찰, 직원들 모발 채취해 국과수에 마약 반응 의뢰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지로에 위치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프리랜서 장정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지로에 위치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프리랜서 장정필

전북지방경찰청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금운용본부 운용역 A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직원들은 책임 운용역 1명과 전임 운용역 3명으로 기금운용본부에서 대체투자 부문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A씨 등이 대마초를 흡입한 정황을 자체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고 한다. 경찰은 최근 이들의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 반응 검사를 의뢰했다. 정확한 마약 투약 여부와 시기를 특정하기 위해서다. 경찰이 A씨 등을 상대로 진행한 간이 소변검사에서 마약 반응은 ‘음성’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운용역 직원들을 업무 배제시킨 뒤 감사실 자체 조사를 거쳐 해임 조치를 내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사법당국 조사와 별도로 국민연금에서 자체 조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 징계위원회 처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752조2000억원 규모다. 대마초 흡입 혐의를 받는 운용역들이 소속된 대체투자 부문의 자산은 90조5000억원 규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공공기관에서 마약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마약 투약 혐의 수사를 놓고 국민연금의 기강 해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2017년 2월 퇴직 예정자들이 투자와 관련된 기금운용 기밀정보를 외부로 전송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일었다.

또 2018년 10월에는 기금운용본부 직원 114명이 해외 위탁운용사들에게 지원을 받아 해외 연수를 다녀와 논란이 일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전주 혁신도시로 이전한 뒤 인력난까지 겪고 있다. 과거 기금운용본부는 자산운용 전문가들에게 손꼽히는 근무지로 평가받았지만, 전주 이전 이후로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전주=김준희·황수연·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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