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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배터리 분사, 증권가는 호재라는데 주가는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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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뉴시스]

LG화학은 오는 12월부터 전기차 배터리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 [뉴시스]

17일 이사회에서 배터리 부문 분할을 결정한 LG화학의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15일 종가가 72만6000원이었던 LG화학 주가는 이 소식이 알려진 16일 3만9000원(-5.37%)이 하락한 68만7000원을 기록했다. 다음날인 17일도 4만2000원(-6.11%) 하락하며 64만5000원에 마감했다. 주가가 이틀 새 11%나 빠진 셈이다.

사측 “최고 에너지기업 육성”에도 #72만원대이던 주가 이틀새 -11% #“빅히트 상장한 날 BTS 이적한 셈” #투자자 토론방 “개미만 손해” 반발 #중국 CATL보다 기술·출하량 우세 #LG화학 전지사업 재평가 될 기회

LG화학은 예정대로 이날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 회사분할안을 결의했다. LG화학은 10월 30일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분할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신설 법인은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란 이름으로 12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신설법인을 통해 2024년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신설법인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13조원이다.

하지만 LG화학 주주들은 분사를 악재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는 분 단위로 수십 개의 글이 올라왔다. “LG화학에서 배터리가 빠지면 반도체 빠진 삼성 아니냐”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했는데 방탄소년단이 타 소속사로 옮기는 격이다” 등이다. “주주를 무시하는 회사” “개미 투자자들만 손해 본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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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주력사업을 왜 따로 빼려는 걸까.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사업 분사의 첫 번째 목적은 대규모 자금 확보를 통한 성장성 강화이며, 두 번째 목적은 사업 시너지가 큰 파트너 확보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전기차용 2차 전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그 속도에 발맞추면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려면 투자금이 많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큰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를 선택한 거란 얘기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쯤 IPO를 추진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한다”고 했다.

16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보고서를 쏟아냈는데, 분할 결정이 기존 주주들에게 불리할 거라고 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오히려 호재라 본 쪽이 많았다. 미래에셋대우와 하나금융투자는 목표 주가를 각각 105만원과 100만원으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지금 주가는 왜 내려갈까.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배터리 부문이 따로 상장된다면 투자자들이 LG화학 주식을 팔고 배터리 주식을 사면서 LG화학 주식이 하락하지 않을까, 배터리 부문 지분을 매각하면 성장하는 배터리 사업 가치를 다 못 누리는 것이 아닌가 같은 우려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배터리 부문의 가치가 지금 LG화학 주가에 반영된 수준보다 높다면, 모회사인 LG화학의 가치도 같이 상승할 것”이라며 분할은 악재보다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윤재성·손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LG 배터리의 빠른 상장에 따른 가치평가 정상화의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심정적으로 느낄 뿐”이라며 “배터리사업 수익개선이라는 최초의 투자 포인트를 믿는다면 분할방식을 막론하고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으면 된다”고 했다.

증권가에선 ‘잘 나가는 LG화학 배터리가 따로 나오면 더 잘 나올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른 사업부와 혼재돼 있을 경우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분사 후엔 CATL 등 글로벌 전지 기업과 직접 비교를 통해 제대로 된 가치가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CATL은 중국의 1위 배터리업체다. 생산능력·출하량·기술 등 측면에서 여러모로 LG화학이 CATL보다 우세한데 시가총액으론 CATL에 뒤지는 상황을 분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분사를 통해 “전지 사업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CATL의 시가총액은 78조원이지만 LG화학은 48조원에 불과한데, 분할 후 LG의 전지사업 가치는 59조원(현재 전지사업부 가치는 38조원 내외로 추산)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되면 LG화학은 ‘K-뉴딜지수’에서 빠질 전망이다. 신설법인이 비상장사로 남아 있으면 신설법인 매출은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LG화학의 매출로 간주, LG화학은 뉴딜지수에 남게 된다. 반면에 신설법인이 상장하면 배터리 사업 매출은 신설법인 매출로 잡혀 LG화학은 뉴딜지수에서 제외된다.

K-뉴딜지수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맞춰 한국거래소에서 개발한 지수로, 배터리(2차 전지)·바이오·인터넷·게임(BBIG) 분야에서 시가총액이 큰 40종목으로 구성됐다. LG화학은 현재 2차 전지 업종으로 분류돼 ‘KRX BBIG K-뉴딜지수’와 ‘KRX 2차전지 K-뉴딜지수’에 편입돼 있다.

문현경·강기헌·황의영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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