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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2단계 완화에도 불안한 이유...'조용한 전파'의 급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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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밀집지역 출입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지난 8일부터 여의도·뚝섬·반포 등 주요 한강공원 내 일부 밀집지역에 시민 출입을 통제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밀집지역 출입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지난 8일부터 여의도·뚝섬·반포 등 주요 한강공원 내 일부 밀집지역에 시민 출입을 통제했다. 연합뉴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12일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환자가 121명 나왔지만, 해외 유입 환자(22명)를 뺀 국내  지역사회 환자는 99명이 발생했다. 지역사회 환자가 100명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달 14일(85명) 이후 30일 만이다.

방역 당국은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일단 꺾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12일 브리핑에서 "지난 8월 하순 한 때 400명대를 넘어서 급증하던 확산세는 일단은 꺾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좀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일 신규 환자가 11일째 100명대를 유지하는 '답보' 상태다. 정부가 13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했지만, 방역 당국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는 이유다.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하고 있고 ▶고령층 환자가 많은 것은 당국 우려가 깊은 대목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앞으로 2주간 수도권 거리두기를 2단계로 완화한다"고 말하고 있다.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앞으로 2주간 수도권 거리두기를 2단계로 완화한다"고 말하고 있다.뉴스1

우선 신규 환자가 두 자릿수로 좀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전국적으로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수도권 유행을 이끌었던 서울 사랑제일교회, 광복절 광화문 집회 발(發) 감염은 전방위적으로 역학조사를 벌여 진정됐지만,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수도권 유행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달 23일~9월 5일 약 2주간 전국에서 집계된 신규 소규모 집단감염이 52건이었다.
병원, 요양원, 아파트, 탁구클럽 등 서울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9건), 인천(5건) 등으로 수도권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외 광주광역시, 대구, 부산, 경남 등 전국에서도 3~4건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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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는 10명대부터 100명 이하까지 이르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전국적으로 발생하면서 어디서 감염됐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 비율도 최근 2주간 23.4%로 집계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특징 중 하나가 무증상 감염"이라며 "젊은층의 경우 코로나에 걸렸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전파력이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역사회에 '조용한 전파'가 많이 진행됐고, 소규모 집단감염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권 방대본 부본부장도 브리핑에서 "2~3월 대구·경북 당시의 유행과 비교해서 이번수도권 유행은 초기부터 더 심각한 상황"이라며 "첫 번째로는 인구 자체가 수도권이 더 많고 교통량 등을 볼 때 다른 지역으로의 조용한 전파 또는 감염 확산이 용이하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염경로 불명 비율도 수도권 유행이 더 나쁜 양상을 보이고 있고, 유행의 정점에 이르는 시간도 더 길었다"며 "대구·경북 때의 유행에 비해서 지금이 훨씬 어려운 상황으로 진행돼 왔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당국 우려가 큰 또 하나는 수도권 유행에서 고령층 환자가 급증한 점이다.
지난달 12일부터 최근 한 달 사이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34%에 달했다. 신규 확진자 3명 가운데 1명은 60세 이상 고령층이라는 얘기다.

고령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면역력이 낮고, 평소 당뇨, 고혈압 등 지병(기저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더 위험하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맑고 쾌청한 가을 날씨를 보인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뉴스1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맑고 쾌청한 가을 날씨를 보인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뉴스1

13일 기준 위·중증 환자는 157명으로 전날보다 7명 줄었다. 방대본에 따르면 지난달 말 확진돼 입원 치료 중인 환자 중 5명이 11일 사망한 것으로 집계하면서 위·중증 환자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상태가 호전돼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위·중증 환자 157명는 60대 38명, 70대 63명, 80세 이상이 36명으로, 60대 이상이 87%(137명)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13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완화했지만 60대 이상 고령층은 거리두기를 철저히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기저질환자 등은 사람이 많은 장소의 외출을 삼가하고, 고령층과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도 당분간 카페, 다중이용시설 등 방문은 조심해달라고 방역 당국은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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