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송영길 발언 끔찍해…韓정통성도 유엔 인정에 확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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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의 밤' 행사에서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의 밤' 행사에서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빈센트 브룩스 전(前) 한미연합사령관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엔군 사령부는 족보가 없는 조직’이라고 힐난한 것에 대해 “유엔이 창설한 조직을 부정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브룩스 전 사령관은 ‘송 의원이 유엔군사령부를 족보가 없는 조직이라며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런 평가는 매우 잘못됐고,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그가 어떤 의미에서 유엔군사령부를 통제 속에둬야한다고 말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유엔군사령부의 족보는 그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정통성도 유엔의 인정에 따라 확립됐다”며 “유엔이 창설한 조직을 부정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송 의원은 지난 2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주한 유엔군사령부라는 것은 족보가 없다”며 “유엔에서 예산을 대준 것도 아니고, 그냥 주한미군에 외피를 입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유엔군사령부는 유엔 내 비상설 군사조직인 ‘유엔 평화유지군’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유엔의 산하기관도 아니다”라며 “보조기관(Subsidiary organ)으로 간주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사 족보없단 건 은유적 표현, 뭐가 문제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평화통일포럼 '광복 75주년, 새로운 한반도 건설을 위한 역할과 과제'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평화통일포럼 '광복 75주년, 새로운 한반도 건설을 위한 역할과 과제'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송 의원은 다음날 페이스북에 ‘주한 유엔군사령부가 족보가 없다’고 해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엔군사령부의 불분명한 위상’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었다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거듭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주한미군사령부나 한미연합사령부와는 달리 유엔사는 1950년 창설 이후 지위와 역할에 변화가 많았고,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며 “현재 유엔사는 유엔 내 비상설 군사조직인 유엔 평화유지군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유엔의 산하기관도 아니다. 보조 기관으로 간주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1994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사의 법적 성격에 대해 답변한 것을 들며 “유엔도 인정하듯 유엔사는 명확하게 미국의 통제를 받는 기구"라며 "유엔사의 주요 보직자 및 참모들도 주한미군이 겸임하고 있다”고 했다.

송 의원은 “사실이 이렇다면, 유엔사의 현재 역할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남북한 간의 노력에 진정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만일 종전선언 체결 후 평화국면 진입 시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한미연합사령부가 존속하는 상황임에도 이와 별도로 유엔사가 존속할지는 우리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사의 불분명한 위상에 대해 말했는데, 일부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면서 뽑은 제목이 참 악의적”이라며 “도대체 ‘족보가 없다’는 은유적 표현이 뭐가 문제일까요?”라고 반문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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