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2단계로는 불안, 3단계는 겁나고…기준 더 세분화해 유연한 대응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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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도권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방역 당국의 조치는 미지근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지난 16일 서울·경기를 시작으로 22일부터는 전국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했다.

3단계 조치, 너무 강해 올리고 싶어도 못 올려 #현실 반영해 세분하고, 전환 기준도 정비하길

하지만 2단계 거리두기로는 코로나19 차단의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고, 최근의 급증 추세를 막기가 버겁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감염학회 등은 선제적으로 3단계 거리두기를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문제는 중대본이 지난 6월 28일 제시한 단계별 전환 기준을 보면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문턱이 너무 높아 효과적인 코로나19 대응에 혼선과 장애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단계 격상이 실제로 가능하도록 현행 세 단계를 4~5개로 세분하자는 대안이 그래서 거론된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의 전환 기준은 까다롭다. 이에 따르면 3단계는 ▶최근 2주 평균 1일 확진자 수가 100명 이상이고 ▶1일 확진자가 전날보다 2배로 증가하는 더블링(Doubling) 현상이 1주일에 두 차례 이상 나오며 ▶사회적 의견수렴을 거치는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아 정작 3단계가 필요해도 적용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또 다른 문제는 3단계가 너무 강력한 조치여서 일상생활과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3단계는 사실상 전면적인 봉쇄(Lockdown)에 해당한다. 3단계로 전환되면 10명 이상의 모임·집합이 금지되며 모든 공공시설의 운영이 중단된다. 민간의 고위험 시설뿐 아니라 중위험 시설도 운영이 중단된다.

이 때문에 현행 세 단계를 4~5개로 더 세분화해 단계 격상에 따른 충격을 줄이고, 코로나19 상황과 지역별 특성에 맞게 단계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중대본은 어제 “공식적으로 3단계에 준하는 조치로 갈지, 완전한 3단계로 바로 갈지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속도감 있게 논의하는 중”이라면서 “언제 실행할 것인지는 조만간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중대본이 좌고우면하는 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해진 지자체들은 임기응변적이고 자의적인 속칭 ‘2.5단계’ 또는 ‘준(準)3단계’ 조치를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0시부터 10인 이상의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했고, 광주광역시는 27일 교회 등 종교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방역 당국의 기준에도 없는 조치를 지자체들이 편의적으로 발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5일 일상의 방역 지침을 논의하는 사회적 기구인 생활방역위원회가 소집됐으나 3단계 전환을 놓고 찬반 논란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도 3단계로 갈 경우 국가경제에 줄 엄청난 충격파를 의식한 듯 여전히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26일 중대본 회의에서 “3단계로 격상할 경우 사실상 거의 모든 사회·경제적 활동이 멈추게 돼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방역의 사각지대를 파고드는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이 현실적이고 명쾌하게 단계 전환 기준을 다듬고, 단계도 좀 더 세밀하게 쪼갤 필요가 있다. 기준이 현실에 부합하고 분명해야 국민이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방역에 동참할 것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지금 방역 당국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