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대통령 불편하게 해 송구, 뉴질랜드에 사과 안 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5일 뉴질랜드 공관에서 벌어진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불편한 위치에 계시게 된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외교 망신’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면서다. 그는 전날에 이어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당도 ‘외교관 성추행 의혹’ 질타 #뉴질랜드 고소인 측 “대단히 실망”

강 장관은 그러나 뉴질랜드 측에 사과할지에 대해선 “다른 나라에 대해 외교부 장관이 사과하는 것은 국격의 문제”라며 “지금 이 자리에서 사과는 제가 못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강 장관은 “(정상 간 통화에서) 의제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 의제가 된 부분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뉴질랜드의 책임이 크다”며 “국내적으로 국민과 대통령께는 죄송하지만, 뉴질랜드에 대해 책임져야 할지는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번 사건의 고소인을 지원해 온 뉴질랜드 성폭력 인권운동가 루이스 니컬러스는 앞서 24일 강 장관이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은 데 대해 현지 언론에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외통위에선 문 대통령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간 정상 통화(지난달 28일)에서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문제가 거론된 것에 대해 여당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졌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상 간 외교에서 외교관의 성비위 사건이 거론된 것은 한국 외교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외교의 기본이 의제 조율인데, 정상 간 회담에서 의제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강 장관은 “정상 통화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뉴질랜드 측으로부터 이 의제를 다룰 것이라는 얘기가 없었다”며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께서 불편한 위치에 계시게 됐던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유정·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