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의 동상이몽…같은 ‘국민’, 뜻은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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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대검찰청 제공]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대검찰청 제공]

신임 검사장들을 만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나란히 ‘국민’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지난 10일 최근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승진과 전보가 결정된 검사장 25명을 1시간 30분의 차이를 두고 각각 만났다.

2000자 남짓한 추 장관의 당부말씀에서 ‘국민’은 9번 등장한다. 그는 “국민의 시대적 요구는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검찰개혁을 제대로 완수해 달라는 것”이라며 “국민만 바라보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결연한 각오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검찰은 국민의 것”이라고 했다. “민주주의 허울 쓴 독재를 배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주목을 받았던 지난 3일 신임검사 신고식 때에 비해 짧고 원론적인 메시지만 공개한 것이다.

秋 “정권 해바라기·조직 이기주의 X”

추 장관은 ‘윤석열 사단 전멸’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지난 8일 검사장 인사를 ‘특정부서 출신에 편중되지 않고 차별을 해소하는 균형 인사’라고 평가했다.

“현재의 정권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정권을 쳐다보는 ‘해바라기’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고 “검찰 조직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조직 이기주의자가 되어서도 안된다”고도 했다. 향후 정권을 의식하거나 조직 이기주의적인 행태를 보이지 말라고 짚은 것이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법 집행에 대한 이중잣대 등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크게 떨어져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인사말 도중 검사임관을 축하하는 의미의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인사말 도중 검사임관을 축하하는 의미의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이는 추 장관이 인사 이튿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는 “이제 검찰에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다’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 애초 특정라인·특정사단 같은 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윤석열 사단 전멸’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또 추 장관은 앞선 윤 총장의 ‘독재 배격’ 발언을 겨냥한 듯 “공정성과 중립성을 파괴하는 말과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尹 “검찰은 국민의 것”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대검찰청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대검찰청 제공]

추 장관에 이어 간부들을 만난 윤 총장은 “검찰 최고의 간부로서 일선에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며 “검찰은 검사와 검찰공무원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임을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권중심, 공판중심 수사 구조개혁에 노력해 달라”고도 했다.

대검은 윤 총장의 발언 요지만 공개했다. 전문을 공개한 지난 3일 신임검사 신고식과 달리 일부 메시지를 추려 내놓은 데에는 그를 향한 여권의 공세가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물론 “해임결의안을 준비하겠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솔선수범’이라는 말 안에도 속뜻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인사 대상자들 중 상당수는 윤 총장과 각을 세우던 인물이다. 이에 후배 검사들이 최고 간부들의 판단과 처신을 직접 보고 배우는 만큼 남보다 앞장서 모범을 보이라고 에둘러 꾸짖은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신임 검사들을 향해 ‘대한민국의 국민 검찰을 만들자’고 당부한 것에 이어 검사장들에게도 ‘국민의 검찰’을 언급한 것 역시 사실상 ‘정권의 검찰’이 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한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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