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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예상의 5% 그친 용인경전철 승객...수요예측 어땠길래

중앙일보

입력

2013년 개통 초기 용인경전철 내부. 객차 한량에 채 10명도 타지 않았다. [중앙포토]

2013년 개통 초기 용인경전철 내부. 객차 한량에 채 10명도 타지 않았다. [중앙포토]

 '일일 예상 승객 13만명, 실제 수요는 예측치의 5%.'

 용인경전철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예상 수요를 뻥튀기했느냐 여부다. 지난 29일 대법원이 용인시민 8명이 3명의 전직 용인시장 등 총 39명을 상대로 제기한 1조원대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일부를 파기환송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용인경전철 사업이 명백히 잘못된 수요예측조사로 실시됐다면 주민들은 이로 인해 입은 손해를 청구하는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실한 교통량 자료로 수요 예측 #개발계획도 연기,폐지로 승객줄고 #사업시행자 측의 입김도 작용해 #"교차 검증 등 오류 줄일 방안 필요"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한 수요예측은 당시 한국교통연구원이 담당했다. 2002년 교통연구원이 제시한 1일 예상수요는 13만여명이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2013년 개통한 용인경전철의 승객은 하루 평균 1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근에는 승객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하루 3만명 수준이다. 예상의 23%에 불과하다.

 그럼 왜 이렇게 실제와 차이가 큰 수치가 예측됐을까? 전문가들은 우선 2000년대 초반 수요예측을 위한 각종 교통량 자료가 부실했다고 지적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당시 교통량 예측에 사용하는 자료의 품질이 낮아서 수요예측의 신뢰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용인경전철의 수요 예측에 참여했던 관계자도 "수요를 산정하기 위해 사용한 자료들이 상당히 부족하고 부실했던 건 맞다"고 밝혔다.

용인경전철은 각종 법정다툼 등으로 인해 개통이 2010년에서 2013년으로 미뤄졌다. [중앙포토]

용인경전철은 각종 법정다툼 등으로 인해 개통이 2010년에서 2013년으로 미뤄졌다. [중앙포토]

 현재는 교통연구원에서 구축한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KTDB)에 담긴 교통카드, 하이패스 이용 통계 등 빅데이터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과거보다 데이터 품질이 많이 향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수요 예측에 포함한 각종 개발계획이 제때 추진되지 못하거나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것도 한 요인이다. 하헌구 인하대 교수는 "수요 예측 시점에 예상된 개발계획이 당초보다 늦어지거나 변경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개발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를 가정해 수요를 산정했는데 이 계획이 무산되거나 연기되면서 실제 수요가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도 "수요 예측을 할 때 노선 주변 지역의 장래 개발계획을 반영하는데, 개발계획이 대부분 예정보다 늦어지거나 규모 축소 또는 사업폐지에까지 이르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수요가 과대추정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인천공항철도도 유사한 사례다. 수요를 너무 많이 산정한 탓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명목으로 정부가 민간사업자에게 한해 수천억원까지지원해야 줘야 하는 상황이 생겨 논란이 컸다. 2007년 개통 당시 예상수요는 하루 21만명이었지만 실제로는 예상치의 6%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공항철도 주변의 개발계획을 거의 다 포함시켰지만 이후 제대로 추진된 사업이 별로 없었다.

공항철도도 개통 초기 승객이 예상치의 6%에 불과해 논란이 컸다. [사진 공항철도]

공항철도도 개통 초기 승객이 예상치의 6%에 불과해 논란이 컸다. [사진 공항철도]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미래를 너무 긍정적으로만 보는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사업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탓에 수요를 그만큼 높게 예측하게 된다는 의미다. 강경우 한양대 명예교수는 "사업시행자 측에서 꼭 사업을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 수요예측에 적지 않은 입김이 작용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부실한 자료와 각종 개발 계획의 지연과 취소, 사업시행자 측의 입김 등이 합쳐져 과도한 수요 예측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다행히 최근에는 KTDB 등의 자료 품질이 좋아졌고, 구체적인 수요예측 지침 등이 마련돼 '수요 뻥튀기'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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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여전히 수요 예측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검증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우 명예교수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 간의 교차 검증이 꼭 필요하다"며 "최종적으로는 국회가 검증하고 책임지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 하다"고 제안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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