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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경전철 1조 소송 주민이 이겼다…세금낭비 사업 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대법원이 천문학적 세금이 낭비된 용인경전철로 속앓이를 하던 시민들의 손을 소송 제기 7년 만에 들어줬다. 2005년 주민소송제도 도입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주민 감시와 소송 권한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대법, 주민감시·소송권한 첫 인정 #실제 이용객, 예상치의 5% 불과 #수요예측 잘못해 용인시민 손해 #일부 파기환송, 전액 배상 힘들 듯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9일 용인시민 8명이 3명의 전직 용인시장 등 총 39명을 상대로 제기한 1조원대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일부를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용인경전철 사업이 명백히 잘못된 수요예측조사로 실시됐다면 주민들은 이로 인해 입은 손해를 청구하는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지자체의 세금낭비 행정에 철퇴를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용인경전철은 1997년 이인제 당시 경기도지사의 지시로 검토가 시작됐다. 2002년 한국교통연구원은 1일 예상수요를 13만여 명으로 제시했고, 이후 용인시장인 이정문(당시 한나라당)·서정석(한나라당)·김학규(당시 민주당)를 거쳐 2010년 6월 완공됐다. 하지만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와 최소수입보장비율(MRG) 등을 놓고 국제소송을 벌이느라 2013년 4월에야 개통했다. 이때까지 전체 공사비용과 국제소송비용 등 용인시민이 부담한 금액만 1조원이 넘었다.

용인시민들은 경전철 개통 후 반년여가 지난 2013년 10월 “경전철 개통 뒤 평균 탑승인원이 예상인원의 5%에 불과해 운영비만 매년 473억원 이상의 적자가 날 것”이라며 경전철 공사에 사용된 세금(1조3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교통연구원의 예측과 달리 2013년 실제 1일 이용객은 9000명이었고, 2017년에도 3만 명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용인경전철로 파산 위기에 몰렸고, 손해배상액도 1조원을 넘겨 ‘세기의 소송’이라 불렸다.

앞서 1·2심은 주민 청구를 기각했다. 경전철 공사 과정에서 제기된 비리와 행정 오류 등과는 별도로 주민들의 손해배상 청구 내용이 주민소송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당시 법원 판례는 ‘주민소송은 주민감사 청구 내용과 밀접하거나 동일한 사안의 위법·부당 행위로만 한정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용인경전철 공사 비위 전반’에 대한 청구는 범위가 너무 넓고 전직 용인시장 등과 한국교통연구원에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1·2심 법원은 김학규 전 시장 때 경전철 관련 소송 과정에서 특정 로펌에 과도한 입찰금액을 지출해 시에 손해를 입힌 부분(1심 5억여원, 2심 10억여원)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의 내용이 주민감사청구와 꼭 동일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전직 용인시장들의 사업비 계약 부분, 명백한 오류가 있는 수요예측 용역보고서를 작성한 한국교통연구원과 관계자들은 주민소송의 상대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주민소송의 요건 중 공금 지출 관련 계약의 체결·이행의 위법 재무회계와 관련돼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1조원의 손해배상액이 모두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 주민소송 대상이 된다고 판단한 이들과 행위가 전체 소송 대상 중 일부라서다.

이에 대해 주민소송단 측은 “일부 아쉬운 점은 있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전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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