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스ㆍ저커버그도 청문회에는 '덜덜'…읍소 전략은 애국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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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명을 곧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왼쪽부터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선다 피차이, 애플의 팀 쿡,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 AFP=연합뉴스

이 네 명을 곧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왼쪽부터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선다 피차이, 애플의 팀 쿡,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 AFP=연합뉴스

'블록버스터 청문회.'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애플의 팀 쿡. 구글의 선다 피차이가 미 의회 청문회에 등장한다.

세계 IT 업계의 거물인 최고경영자(CEO) 4명이 한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는 29일 정오(현지시간, 한국 시간 30일 오전 1시)에 열리는 미국 하원 반(反)독점 소위원회 청문회다. IT기업의 독과점 의혹을 제기하면서 증인으로 소환했다. 이번 청문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진행된다.

주요 언론 등에서는 “올여름 최고의 흥행작이 온다.”(파이낸셜타임스ㆍFT) “흔치 않은 풍경이 펼쳐질 것”(월스트리트저널ㆍWSJ)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마존ㆍㆍ애플ㆍ구글ㆍ페이스북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마존ㆍㆍ애플ㆍ구글ㆍ페이스북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반독점 소위원회는 이 청문회에 앞서 13개월 동안 이들 기업의 독과점 의혹을 조사했다. WSJ에 따르면 의원들이 검토한 서류는 130만건에 달하고, 이 중 핵심 문건은 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데이비드 시실라인 위원장(민주당 의원)은 기자들에게 “이들 IT 기업은 지금껏 거의 아무런 규제 없이 자유를 만끽하며 제멋대로 날뛰었다”며 “디지털 시장에서 독과점의 영향을 밝히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사는 이 블록버스터급 청문회에 선 IT 거물들이 의원들의 송곳 질문에 어떤 해명을 내놓느냐다.

어서와 베조스, 청문회는 처음이지?   

청문회 최다 출석자는 4명 중 가장 어린 저커버그(36) 페이스북 CEO다. 2018년 개인정보 유출 사건 당시 하원 청문회에서 10시간에 걸쳐 증인석에 앉아 있었던 적도 있다. 저커버그에게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전망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난해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트레이드마크인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 아닌 수트를 갖춰 입고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지난해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트레이드마크인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 아닌 수트를 갖춰 입고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세계 1위 부자인 베조스는 청문회가 처음이다. 베조스는 아마존이 홈페이지에서 자사 관련 브랜드 상품에 우선 특혜를 줬다는 등의 의혹에 답해야 한다.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WP)의 사주이기도 하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여당인 공화당과 각을 선명히 세워왔다.

피차이는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의 구글의 독과점 관련 의혹에, 쿡은 앱스토어에서 애플의 독과점에 대한 의원들의 창에 맞서 방패를 들어야 한다.

청문회에 나가는 미국 CEO의 전략은 OOO  

세계 IT 업계를 호령하는 4인의 거물도 청문회가 껄끄럽다. 청문회를 앞두고 28일 공개한 모두발언을 보면 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이들 CEO가 택한 공통 전략은 애국심이다. 미국 국민과 기업을 위해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부각한 것이다.

아마존의 베조스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2백만개가 넘는 중소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에 더 성장한 IT 4대 기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위기에 더 성장한 IT 4대 기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애플의 쿡 CEO는 “애플은 미국만이 가질 수 있는 기업이며, 앱스토어는 경제적인 기적”이라며 “애플이 (앱스토어의) 문지기(gatekeeper)라면, 우리가 한 일은 단지 그 문을 더 넓게 열었다는 것뿐”이라는 요지로 호소할 예정이다.

쿡이 공개한 모두발언엔 삼성을 염두에 둔 언급도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매우 치열해진 상황”이라는 문구다. FT는 “삼성과 화웨이가 떠오르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의 피차이 CEO는 “우리가 제공한 기술로 일반 기업들이 20년 전이라면 불가능했을 방식으로 경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리는 자랑스럽다”는 논리를 내세울 예정이다.

페이스북 저커버그도 애국심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미리 공개한 모두발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이며, 중국의 기술 부상에 맞서는 방파제”라는 요지가 담겼다.

청문회를 앞두고 기업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해당 기업은 실적 발표도 미뤘다. 페이스북은 29일 지난 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청문회 다음날(30일)로 날짜를 바꿨다. 아마존과 구글의 알파벳, 애플 역시 30일에 실적을 발표한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세계 경제는 휘청이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들 기업의 주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뛰었다. FT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아마존 주가는 64.9%, 애플은 28.8%, 구글의 알파벳은 13.9%, 페이스북은 13.5% 올랐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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