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아는 길서 3명 익사…세월호와 뭐 다르나" 靑청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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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세월호와 똑같다…민주당 책임져야”

지난 23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부산시 동구 초량 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23일 쏟아진 폭우로 침수된 부산시 동구 초량 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23일 부산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3명이 사망한 가운데 유족 측이 “부산시와 정치권이 제대로 된 설명과 위로조차 없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23일 호우때 숨진 20대 여성 삼촌 청원 글 #“부산시와 정치권, 제대로된 설명도 없다” #

 29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통령님! 사람이 먼저죠? 맞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자신을 이번 사고로 숨진 20대 여성의 삼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부산시내에서 3명이 익사했습니다. 대통령도 아시는 길일 겁니다. 부산역 옆 부둣길로 가는 지하차도요”라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부산이 하루아침에 세워진 도시가 아닌데 도시 한가운데서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답니다. 부산시장 대행, 민주당 부산시당과 면담한 녹취가 있는데 내용을 들어보면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유족들은 장례식을 치른 후 지난 27일 부산시청을 찾았지만,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만나지 못하고 민주당 부산시당 등을 찾아가 하소연했다고 한다.

 청원인은 민주당 부산시당에 찾아가 “부산시장(권한대행)을 찾아갔지만, 안 만나줬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부산에 내려왔는데 유족들을 이야기도 듣지 않고 뭘 보고 갔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를 찾아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 듣고 있다. [연합뉴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23일 오후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를 찾아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28일 사고원인 규명수사 착수

 이어 “호우경보에도 매뉴얼대로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은 것은 시스템이 무너진 것이다”며 “규모는 다르지만, 시스템이 무너진 것은 세월호와 똑같다. 민주당은 이런 부분에서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0분가량 이어진 면담에서 청원인은 “민주당에서 이 문제에 관심 갖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한 뒤 사무실을 떠났다고 한다.

 이에 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날 유족과 변 권한대행과의 만남을 주선했고 오후 5시쯤 면담이 이뤄졌다. 이때 청원인은 부산시에 따뜻한 위로와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유족의 주장대로 재난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부산시와 협의해 사고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부산시와 동구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지난 28일 수사전담팀을 구성하고 초량제1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전담팀은 지하차도 내부에 빗물이 가득 찬 원인 규명과 사전 통제를 하지 않은 행정기관 관련자의 책임 여부를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2월 마련한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위험 3등급인 초량제1지하차도는 호우경보가 발효되면 즉각 동구청이 통제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에 어떤 조처도 이뤄지지 않았다. 동구청은 위험등급 산정 과정에서 표기 실수로 초량제1지하차도가 위험 3등급이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는 행안부에 동구청의 실수를 수정해 위험 등급을 통보했으나 정작 동구엔 별도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행안부 매뉴얼에 대한 미준수가 이번 사고에 미친 영향과 부산시 및 동구 관계자들의 과실 정도 등을 파악 중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언론에서 제기한 모든 의혹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며 “수사과정에서 문제점 등이 발견되면 관련 기관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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