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중국 내에서 “악독하기 이를 데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혹독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원의 미국 방문 금지 방안을 논의하는가 하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대해선 72시간 내 폐쇄하라고 전격 통보했다.
예상 뛰어넘는 초강경 대중 정책 뒤엔 #폼페이오 장관의 중국정책 수석 고문, #화인학자 위마오춘이 자리해 #중국 공산당과 인민 구분할 것을 강력 주장 #미국, 대중 정책의 ‘국보’로 떠받들지만 #중국에선 “거짓 학자”, “간신” 맹비난
상상을 뛰어넘는 미국의 강수가 이어지며 중국은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중국은 그때마다 “미국이 미쳤다”고 비난하며 “반격하겠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대응의 틀을 갖추기도 전에 미국은 또 다른 중국 때리기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강경 조치 배후에 '미국에선 국보, 중국에선 간신'으로 불리는 화인(華人)이 있다. 올해 58세의 위마오춘(余茂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현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중국정책 수석 고문이다.
위마오춘의 사무실은 폼페이오 장관 집무실에서 불과 몇 걸음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중국으로부터 “인류의 공적”이란 비난을 듣는 폼페이오 장관은 위마오춘을 가리켜 “우리 팀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의 도전에 직면해 이 팀은 내게 우리의 자유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지와 관련해 건의한다”고 위마오춘의 역할을 평가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위마오춘 선생은 국보”라고까지 추켜세운다.
매튜 포틴저 미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위마오춘을 트럼프 정부 외교정책 대오의 “보배와 같이 귀중한 자원”이라고 칭찬한다. 미 워싱턴타임스와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배후에서 지휘하는 인물이 바로 위마오춘이다.
1962년 8월 중국 충칭(重慶)에서 태어난 위는 청소년기 광란의 문화대혁명 10년 세월을 겪었으며 1979년부터 1983년까지는 저우언라이(周恩來)가 다닌 적 있는 톈진(天津)의 난카이(南開)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 남서쪽에 위치한 스와스모어 칼리지에서 석사 학위를, 1994년엔 캘리포니아 버클리분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해 미 해군의 교관이 돼 동아시아와 군사역사를 강의했다. 현재 미 요직에 그의 학생이 적지 않게 포진해 있다고 한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 국무부 산하 정책기획실에서 근무하게 된 위마오춘은 지난 3년 동안 트럼프 정부의 대중 전략을 짜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참모로,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게 한 장본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배운 위마오춘은 중국이 구사하는 외교 용어에 현혹되지 말라고 주장한다. 베이징이 자주 쓰는 “솽잉(雙嬴, 윈윈)”이나 “상호 존중” 같은 말은 한어(漢語) 중의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케케묵은 소리로 귀담아듣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위는 미 정부가 70년대 말 베이징과 수교한 이후 미·중 관계를 자기 뜻대로 끌고 갈 수 있다고 과시한 게 잘못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트럼프 이전 미 대통령들이 저지른 실수는 대중 정책을 짜면서 중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위마오춘은 “먼저 미국의 최우선 국가이익이 뭔지부터 따져야 했었다”고 말한다. 이를 토대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미 정부의 역대 대중 정책 중 최대 착오는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미 고위 관리가 중국 공산당 정권과 중국 인민을 구분하지 않은 채 “중국인”이라 통칭한 건 잘못이라는 이야기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시 주석”이 아닌 “중국 공산당 총서기”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미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중국 공산당원의 미국 방문 전면 금지 방안 검토’ 보도에선 위마오춘의 입김을 느낄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전통적으로 인민을 물, 공산당원을 물고기에 비유한다. 위의 주장은 물고기를 물에서 떼어놓으려는 것이다.
위마오춘은 또 미국은 그동안 대중 정책을 수립하면서 베이징의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실제로 중공 정권의 핵심은 취약하며 자신의 인민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주장했다.
위는 현재 미 정부에서 “중국에 대한 백과사전”으로 통한다. 반면 중국에선 위를 “간신(漢奸)”이라 부른다. 중국의 좌파 싱크탱크인 쿤룬처(昆仑策) 연구원은 “난카이대학이 어떻게 이런 배은망덕한 인물을 낳았나”라고 개탄한다.
환구시보 총편집 후시진(胡錫進)은 “미국의 악독한 대중정책이 이 화인(華人)으로부터 나왔다. 20대 초반 중국을 떠날 때 그의 머릿속엔 서방에 대한 숭배만 가득했을 것”이라며 “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극단주의 세력의 영향을 받은 거짓 학자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현재 전개되는 미·중 싸움은 어찌 보면 '화인(華人) 대 화인'의 구도다. 트럼프 집권 이후 중국은 미국의 예상 밖 강수에 크게 고전하며 “우리가 미국을 모른다”고 개탄해 왔는데 실제로 알고 보니 미국의 배후엔 화인이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