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외국인 확진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 법안을 조만간 발의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해외에서 입국한 외국인이 코로나19에 확진 시 상황에 따라 치료비용을 본인이 부담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감염병예방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이르면 금주 중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외국인에게 입원치료, 진찰 등에 드는 경비를 상호 호혜원칙에 입각해 전액 또는 일부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된다.
현재 감염병예방관리법에는 '외국인 감염병환자에 대한 치료 경비는 국가가 부담한다(제67조9)'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입국한 외국인 확진자 전원에 대해 진단검사, 치료비 일체를 우리 정부가 부담했다.
7월 코로나 해외 유입이 60%
문제는 미국, 브라질, 인도, 아프리카 등 거의 전 대륙에서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며 해외 유입 확진자가 급증하는 데 있다.
해외 유입 환자는 21일 0시 기준 누적 2125명으로, 전체 누적 확진자(1만3879)의 약 15%다. 해외 환자 2125명 중 외국인은 687명(32.3%)이다. 외국인 비중은 정부가 입국 통제를 강화한 4월에는 10% 미만이었으나 6월부터 부쩍 늘고 있다. 이달 들어선 해외 유입 환자가 국내 환자를 추월한 날이 더 많다.
지난 9일~22일 2주간 신규 환자 636명 중 해외 유입이 380명으로 절반 이상(59.7%)이다.
국내 지역사회 환자는 줄고 있는 반면 해외 유입 환자가 6월 말부터 거의 매일 두 자릿수로 들어온다. 지난 17일에는 해외 유입 환자가 47명 나와 3월 25일(51명) 이후 석 달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시아에서 국내 일거리를 찾아 들어오는 노동자들이 가장 많고, 유학생, 사업차 오가는 외국인도 꾸준히 늘고 있다.
외국인 치료비 평균 600만 원
지난달 부산항에 들어온 러시아 선박 선원은 43명이 무더기로 확진됐다. 부산의료원에 따르면 17일까지 코로나 치료를 받고 퇴원한 선원 22명에게 들어간 치료비는 1인당 약 1000만 원씩 총 2억 원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코로나 치료비는 경증 환자는 331만~478만원, 중증 환자는 5500만원 정도 든다.
미래통합당 이종성 의원실이 외국인 코로나 치료비를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결과, 14일 기준 5명에 대해 3000만 원이 청구됐다. 1인당 평균 600만 원이 든다고 추정할 수 있다. 21일 기준 외국인 확진자 687명에 적용하면 총 41억여 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외국인 확진자 치료비는 병원과 지자체가 우선 부담한 뒤 정부에 청구하도록 돼 있다. 현재 확진자 687명 중 5명만 치료비를 청구했다.
'한국 가면 코로나 치료' 악용 우려 커져
이번 개정안은 정부와 당 차원에서 실무적인 논의를 거쳐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외국인 확진자 치료비에 대해 "지금은 국가가 지원하는 게 원칙이지만 국내 방역·의료체계에 부담이 되면, 법률 개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해외 환자가 늘면서 '한국 가면 코로나를 공짜로 치료해준다'는 식으로 외국에서 한국행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며 "치료비용 자체가 부담이라기 보다 외국인 환자가 늘면서 병상 등 의료체계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면 정부도 이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외국인 치료비 청구를 두고 실익이 적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병원 의원은 "세계적으로 코로나 재유행이 되는 상황에서 해외 유입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한국인에 어떤 의료혜택을 주지 않는 국가의 국민에게 정부가 치료비를 부담하는 문제, 한국행을 악용해 해외 유입이 물밀듯 늘어날 가능성 등도 검토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또 "입법부가 치료비 부담 근거 조항을 마련해줘야 정부도 기준을 만들 수 있다"며 "외교관계를 감안해 호혜원칙에 따라 부담을 다르게 정하는 등 하위법령을 통해 충분히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보건복지위 논의 뒤 당 차원에서 의견이 다시 모아질 수도 있다"며 "개정안에 대해선 야당도 공감대가 형성돼 이르면 7~8월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