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베어스 마스코트, '랄라베어'에서 '철웅이'로 바뀐 사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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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의 곰 캐릭터인 '랄라베어'. 사진 오비맥주

오비맥주의 곰 캐릭터인 '랄라베어'. 사진 오비맥주

#. 오비맥주는 1953년 출시돼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대표 맥주 브랜드 ‘OB’를 재해석한 ‘오비라거’ 뉴트로 제품을 지난해 말 출시했다. 곰 캐릭터 ‘랄라베어’와 복고풍 글씨체 등 옛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뉴트로 열풍 속에 강제 소환된 랄라베어는 프로야구팬의 향수를 자극하며 인기를 끌었다. 동그란 얼굴에 야구 모자를 쓴 랄라베어가 프로야구단 OB 베어스(현 두산 베어스)의 마스코트였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패션 브랜드 게스와 손 잡고 랄라베어 캐릭터가 들어간 모자와 티셔츠 등의 제품을 제작해 판매한다. 사진 오비맥주

오비맥주는 패션 브랜드 게스와 손 잡고 랄라베어 캐릭터가 들어간 모자와 티셔츠 등의 제품을 제작해 판매한다. 사진 오비맥주

#. 랄라베어가 인기를 끌자 오비맥주는 패션 브랜드 게스와도 손을 잡았다. 오비맥주는 14일부터 랄라베어 캐릭터가 들어간 모자와 티셔츠 4종 등 5종의 협업 제품을 판매한다. 랄라베어가 예상외로 인기를 끌자 오비맥주는 최근 서울과 수원의 인기 식당과 협업해 오비라거 브랜드의 팝업스토어 ‘오비-라거 부드러움 연구소’도 열었다. 랄라베어의 대형 이미지와 ‘여기라곰~’ 등 재치 있는 표현으로 꾸며진 이곳에선 맥주 체험은 물론 이벤트 엽서 월, 스탬프 적립, 포토존, 룰렛과 같은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됐다.

거품 가득한 맥주잔을 든 랄라베어. 사진 오비맥주

거품 가득한 맥주잔을 든 랄라베어. 사진 오비맥주

랄라베어 사용료는 ‘0원’

굿즈 제품에 맥주캔에, 팝업 스토어까지…랄라베어는 엄청나게 '소환'되고 있지만, 오비맥주가 1982년 1월 국내 최초로 창단한 프로야구팀 OB 베어스의 옛 마스코트와 로고를 활용하면서 내는 사용료는 없다. 랄라베어의 지적 재산권을 오비맥주가 소유하고 있어서다. 오비맥주 측은 “두산그룹이 오비맥주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상표에 대한 권한까지 모두 인수자에게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오비맥주를 98년 9월 두산그룹에서 계열 분리했고, 99년 시즌부터 OB 베어스 팀 이름도 두산베어스로 변경했다. 오비맥주 지분을 벨기에의 맥주회사 인터브루에 매각 완료한 것이 2001년이다. 98년 두산그룹과 5:5 합작으로 오비맥주를 설립한 인터브루는 2001년 두산그룹의 오비맥주 잔여 지분 50% 중 45%를 6억 1200만 유로(약 8323억원)에 풋옵션 계약으로 인수했다.

2010년 준플레이오프 경기 당시 두산 승리기원 시구자로 나선 가수 아이유가 마스코트 철웅이의 손을 잡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2010년 준플레이오프 경기 당시 두산 승리기원 시구자로 나선 가수 아이유가 마스코트 철웅이의 손을 잡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랄라베어와 오비맥주를 함께 인터브루에 넘긴 두산은 두산베어스 구단의 새 마스코트로 ‘철웅이'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오비맥주를 인수한 인터브루는 브라질의 암베브와 합병해 인베브로, 다시 미국의 안호이저부시와 합병해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됐다.

한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한 랄라베어. 사진 오비맥주

한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한 랄라베어. 사진 오비맥주

호프집 모델이었던 랄라베어

랄라베어는 올해 무려 40살이다. 오비맥주가 두산그룹 자회사이던 80년 11월 ‘OB 베어’란 상호로 호프집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일 때 탄생했다. OB 베어는 신선한 생맥주를 서서 간단히, 싸게 마실 수 있도록 꾸민 새로운 생맥주 업소로 출발했다. 국내 맥주 소비가 늘어난 데 따른 새 마케팅이었다. OB 베어에선 500cc 맥주 한 잔에 450원, 마른안주 한 봉지에 100원 등 가격을 통일시키면서 전국에 체인점이 세워지는 등 빅히트를 쳤다.

당시 신문 지면에 나온 OB 베어 광고엔 거품 가득한 생맥주 잔을 안고 있는 랄라베어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젠 곰만 봐도 믿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멋의 생맥줏집 OB베어’란 광고 카피와 함께였다.

프로야구 OB베어스 창단식에서 구단 관계자가 단기를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프로야구 OB베어스 창단식에서 구단 관계자가 단기를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왜 두산이 아닌 OB베어스였나

1982년 프로야구 원년은 6개 구단으로 출범했다. 그런데 다른 5개 구단(MBC 청룡, 삼미슈퍼스타즈, 해태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은 팀 명에 그룹을 앞세웠다. 두산만 유일하게 그룹명 대신 자사 맥주 제품인 ‘OB’를 택했다. OB맥주가 당시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였기 때문이다. 박용민 OB 베어스 초대 단장은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룹명 대신 소비재 사업 대표 격인 OB를 프로야구단 간판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프로야구 OB베어스 심벌마크. 중앙포토

프로야구 OB베어스 심벌마크. 중앙포토

박철순이 82년 22연승 신화를 쓰며 처음 우승했을 때, 김상호가 1995년 잠실 홈런왕에 오르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OB 베어스’란 이름이 함께 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를 맞은 두산그룹은 내수와 소비재 위주 기업을 매각하고 중공업 위주로 변화를 시도한다. 이때 OB맥주도 매각 대상이 됐다. 두산그룹은 98년 OB맥주 법인을 (주)두산으로 변경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OB맥주 매각에 나섰다.

최근 두산그룹이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일부 야구팬을 중심으로 인베브가 두산그룹과 두산베어스 인수 협상을 벌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랄라베어를 활용한 마케팅 때문에 그런 소문이 돈 것 같다”며 “야구단 인수와 관련한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곽재민ㆍ최선욱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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