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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판다 해도 "몸값 올리기냐"···야구단 매각설에 불쾌한 두산

중앙일보

입력

서울 잠실야구장에 있는 두산베어스 사무실. 뉴스1

서울 잠실야구장에 있는 두산베어스 사무실. 뉴스1

“안 판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왜 안 믿는지 모르겠다.”

빚 3조원을 갚기 위해 계열사ㆍ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두산그룹에서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매각설이 돌 때마다 나오는 반응이다. 두산은 10일에도 두산베어스 매각설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다시 선을 그었다.

이번 매각설의 당사자는 오비맥주다. 오비맥주는 최근 옛 OB 베어스(두산베어스의 전신)의 캐릭터 곰 인형을 ‘랄라 베어’라 이름 짓고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두산베어스도 인수해 OB 베어스로 복원한 뒤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설이다.

오비맥주는 두산그룹 소속이었는데 현재 벨기에계 회사인 AB인베브로 1998년 팔렸다. 이후 OB 베어스는 두산베어스로 이름이 바뀌었다.

OB베어스 시절 캐릭터 곰. 사진 오비맥주 페이스북

OB베어스 시절 캐릭터 곰. 사진 오비맥주 페이스북

두산은 두산베어스에 대한 매각 논의조차 없었다는 입장이다. 두산 관계자는 “증권가와 투자은행 업계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는 얘기일 뿐”이라며 “여러 자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두산베어스는 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측도 “야구단 매입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얘기는 사실무근”이라고 10일 밝혔다.

두산베어스는 시장에서 약 2000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두산은 두산베어스 매각 없이도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두산은 위기 극복 뒤 재도약을 위해선 단순히 빚을 갚기 위한 자산ㆍ계열사 매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자체 판단을 통해 매각 명분이 있는 자산만 판다는 것이다.

최근 ‘진대제 펀드’(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은 두산솔루스가 대표적이다. 두산은 두산솔루의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앞으로 지속적인 투자 여력이 있는 회사가 인수하는 게 적절하다고 보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예상 매각 가격은 7000억~8000억원이다.

훈련하는 두산 선수들. 연합뉴스

훈련하는 두산 선수들. 연합뉴스

강원도 홍천에 있는 골프장 클럽모우 CC는 원래 하려던 핵심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매각이 이뤄지고 있다. 2011년 개장한 클럽모우는 두산중공업이 지었는데, 시행사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해 돈 대신 소유권을 넘겨받게 된 상태다. 두산 관계자는 “회사가 어렵지 않아도 팔려고 했던 곳”이라고 전했다. 매각 예상가격은 1800억원 정도다.

두산은 현재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27층짜리 신사옥을 짓고 있다. 이르면 올해 9월 본사를 이곳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서울 동대문 지역의 두산타워도 매각 명분이 생긴 상태다. 두산은 8000억원 정도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베어스는 이 같은 매각 이유가 없다는 게 두산의 설명이다. 야구계 일각에선 “절대 팔지 않겠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해야 그만큼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두산은 “그것 전혀 역시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잘라 말했다.

한편 두산은 ‘두산위브’ 아파트로 알려진 두산건설 매각 협상을 대우산업개발과 벌이고 있다.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등으로 결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논의 중이라는 데는 양측 모두 부인하지 않고 있다. 매각 가격은 3000억~4000억원으로 알려졌다.

2015년 두산베어스 경기에서 시구하는 소녀시대 윤아. 중앙포토

2015년 두산베어스 경기에서 시구하는 소녀시대 윤아. 중앙포토

두산 관계자는 “채권단과 약속한 자구안 이행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파는 계열사나 자산에 대해선 이미 공론화가 돼 있는데, 두산베어스에 대해서만 매각 의사를 숨길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선욱ㆍ곽재민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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