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방 곳곳 '물폭탄'…함양 수로작업 2명 급류 휩쓸려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낮 12시 30분쯤 기장군 읍내로의 굴다리 위에 축조한 성곽형태의 담장이 파손됐다. 경찰은 주변 교통을 통제하고, 기장군은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13일 낮 12시 30분쯤 기장군 읍내로의 굴다리 위에 축조한 성곽형태의 담장이 파손됐다. 경찰은 주변 교통을 통제하고, 기장군은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12일 오전부터 13일 오후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쏟아진 집중호우로 경남 함양에서 수로 작업을 하던 주민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등 곳곳에서 인명·재산피해가 났다.

함양에서 마을앞 하천 배수구 뚫던 2명 숨져 #대구에선 하산하던 주민 계곡에 떨어져 사망 #광주·전남 곳곳 침수, 충남 5개 항로 배 묶여 #산림청, 산사태 경보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

 경남 함양군에 따르면 13일 오전 9시23분 함양군 지곡면 보산리 보각마을 앞 수로에서 막힌 배수구를 뚫던 마을 이장 이모(66)씨와 주민 박모(75)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들은 함양군청에 연락해 굴삭기를 동원해 배수구를 뚫던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와 경찰 등은 수색작업을 벌여 이날 오전 10시55분과 오전 11시45분쯤 실종된 지점 30~40m 하류에서 숨져 있는 이씨와 박씨를 각각 발견했다.

 함양군 관계자는 “비가 많이 내린 뒤 너비 2~3m의 마을 앞 하천이 범람하면서 배수구에 막힌 비닐 등을 제거하던 이장과 주민이 갑자기 배수구 물길이 뚫리면서 물에 휩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13일 오전 침수된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굴다리에서 경찰이 차량출입을 통제한 채 배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13일 오전 침수된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 굴다리에서 경찰이 차량출입을 통제한 채 배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부산지방경찰청]

 앞서 12일 오후 2시40분쯤 대구 수성구 파동 야산에서 용두골 계곡 쪽으로 하산하던 A씨(64)가 빗길에 미끄러져 5m 아래 계곡으로 떨어졌다. A씨는 발견 직후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고 장소의 노면은 비가 내린 뒤 매우 미끄러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오전 1시20분쯤 부산시 서구 남부민동 은성교회 인근 폐가가 비로 붕괴했으나 폐가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날 부산에선 하천이 불어나면서 동래 연안교·세병교·수연교 하부도로, 금정구 영락교 부근, 해운대 세월교 하부도로 등이 한때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밤새 140㎜ 비가 내린 경남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촌 주변 도로 경사면(높이 30m, 길이 100m)이 유실되면서 왕복 2차로가 한때 차단되기도 했다.

 광주·전남에선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전남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3일 오전 9시 기준 전남 10개 시·군에서 농경지 375㏊가 침수됐다. 무안군에서 농경지 130㏊가 침수돼 피해가 가장 컸다. 이어 해남 98㏊, 함평 60㏊, 영암 25㏊의 농경지가 각각 침수됐다. 목포·완도 등에선 주택 8채가 물에 잠겨 배수 작업이 이뤄졌다.

함양에서 마을주민 2명이 숨진 수로. [연합뉴스]

함양에서 마을주민 2명이 숨진 수로. [연합뉴스]

 지난 12일 밤부터 13일 오전 9시까지 전남 지역 평균 누적 강수량은 평균 126㎜에 달했다. 구례 피아골이 185.5㎜로 가장 많고, 담양이 163.8㎜, 함평 161.3㎜, 장성 150.6㎜ 등이다.

 같은 기간 143.6㎜의 비가 내린 광주광역시에서는 북구 중흥동의 한 공사현장 인근 주택과 상점 등 10여 채가 침수 피해를 봤다. 황룡강 인근 광주광역시 광산구 평동 교와 서구 광천2교는 물이 불어나 주차된 차량 등이 침수됐다.

 최고 170㎜가량의 비가 내린 대전·충남에서도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6시쯤부터 대전시 중·동구를 지나는 대전천 하상도로가 침수되면서 전면 통제돼 출근길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전시는 오전 6시44분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하상도로 우회를 당부했다. 오전 8시30분 대전 갑천 만년교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대전시는 하상도로와 만년교·갑천대교 다리 밑 도로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한때 차량을 통제했다.

 충남에서는 강풍으로 5개 항로에서 여객선의 발이 한때 묶였다. 바닷가에 강풍이 불면서 어선 등 선박 1305척이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산림청은 집중호우로 산사태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해 이날 오전 7시30분을 기해 전국 산사태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발령했다. 오전 7시 기준 경남 고성과 남해·함양·산청·거제·거창, 경북 상주·김천, 전북 남원에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 중이다.

지난 10일 내린 비로 동천이 범람하면서 피해가 발생한 남구 일대에서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부산시]

지난 10일 내린 비로 동천이 범람하면서 피해가 발생한 남구 일대에서 복구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부산시]

 12일 오전부터 13일 오후 2시 현재까지 지역별로 내린 강우량은 부산 128.2㎜, 지리산 277.5㎜, 경남 거제·남해 211㎜와 216㎜, 광주 158㎜, 전남 강진 144㎜ 등이다.

 부산지방기상청은 “12일 저녁 발령된 부산·울산·경남과 광주·전남 일대의 호우주의보와 경보(남해·산청)는 13일 낮 동안 모두 해제됐다”며 “앞으로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수 있고 누적 강우량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양·대전·광주·대구=황선윤·신진호·진창일·백경서 기자 suyo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